[현장스케치]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 2부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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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의 자활 가능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임대료 상승 문제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내몰리기)’이라는 말로 한국사회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와 심포지엄이 연달아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진행된 발표와 논의를 2부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 1부: 협치정책토론회 <국유와 사유를 넘어 시민자산으로!> 주최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 2부: 심포지엄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주최 서울연구원, (사)한국공간환경학회 |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 2부
심포지엄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서울연구원과 (사)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발생하는 위기를 진단하고 희망의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이론적, 정치적, 실천적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도시’에 대한 학술적인 접근이 기본적인 논의 주제였으나 △’도시’와 ‘도시문제’를 규정하는 기준, △삶의 터전을 잠식하는 거대자본에 대한 비판의식,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한 자산 공유화 등을 다루며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앞에서 시민자산화를 고민하는 마을공동체에게도 유의미한 논의로 다가왔습니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계적인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서울시장의 생각을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이야기된 다양한 논의 중 마을공동체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최병두 교수<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
최근 진보적 학계 및 사회운동 전반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도시권)’의 개념은 도시 공유재(잉여)의 생산과 이용의 민주적 관리를 실천적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비에 의하면 도시화는 “도시 공유재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사적 이익집단이 도시 공유재를 끊임없이 전유하고 파괴하는 과정”이지만 이로 인해 도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시를 생산한 집단적 노동자가 도시권을 요구할 근거”를 가진다. 즉, 도시 시민들은 도시의 잉여가 자신들의 노동의 결과물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당한 분배를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도시공간에 재투입하는 과정에 대한 민주적 참여, 즉 자신의 희망에 따라 도시를 재창조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도시 자원의 ‘분배적 정의’에 대한 요구를 넘어서 그동안 자신이 창출해온 도시로부터 소외된 시민들이 자신의 희망에 따라 도시를 재창출하려는 ‘생산적 정의’의 실현을 함의한다.
도시 공유화 운동, 공유주택, 셰어하우스 등은 도시권을 실현하는 수단이자 방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집이나 공공재를 상품으로 접근하는 기업과 반대로 실수요자의 사용가치를 위해 스스로 주택을 생산하며 도시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박배균 교수<자본주의 헤게모니와 대안적 도시 이데올로기>
‘도시적인 것(the urban)’을 도시의 물리적 건조환경의 개발을 넘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 사고방식, 사회적관계의 특성 등과 관련된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도시의 실제적 형태, 가시화된 이미지, 생활환경과 삶에 대한 담론적 재현 등과 같은 요소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적 삶에 대한 특정한 규범적 이상을 가지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다.
한국의 도시화 과정을 ‘강남화(Gangnam-ization)’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남화는 1)강남을 물리적으로 건설하고 담론적으로 재현하는 ‘강남 만들기’의 과정과 2)강남 이외의 공간에서 강남식 도시공간, 생활방식을 복제하는 ‘강남 따라하기’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강남화, 도시화의 과정에서 도시에 존재하는 공간, 사람, 만남은 분절화되고 사유화되며, 젠트리피케이션, 갑질 문화, 여성혐오와 같은 도시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등장한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은 교환가치보다는 사람들의 만남과 마주침을 촉발하며 ‘강남화’ 방식의 교환가치 중심의 삶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주류 도시화 담론을 대체시키는 마을만들기는 기존 한국의 자본주의와 국가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며 대안적 도시 이데올로기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실천적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곽노완 교수 <도시공동체와 공유지>
지식과 토지가 상품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적인 협력을 통해 생산된 지식이나 장소의 새로운 사용가치와 가격을 특허권자나 토지소유주가 독점적으로 전유하게 된다. 따라서 공유지의 생산 그 자체가 아니라 상품화되지 않는 공유지의 생산이 중요하다. 또는 공유지가 상품화되거나 독점적으로 소유될 수 밖에 없다면 그 공유지로 인한 수익이 과세 등을 통해 사회성원 모두에게 전유되는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공유지에 대한 N분의 1 권리를 현물과 현금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간 점거는 공권력의 행사에 맞서 시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사회적 권리를 가진 시민이며 정치적 인민인 주체로서 존재감을 인정받는 ‘인정투쟁’이다. 공간 점거에 참여는 일종의 도전하는 주체로서 권력감을 제공하고 마음이 바뀌는 경험을 겪고, 신념을 위한 행위가 정상 규칙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각을 제공한다. 점거공간에서 직면하는 중요한 과제는 참여자의 평등주의적 커뮤니티 형성과 민주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문제이다.
◎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김용창 교수<도시 인클로저와 거주 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형 토지은행제도를 준거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뀜에 따라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한 구산업도시에서 발생한 조세체납, 압류, 미점유, 방기 부동산을 재활용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의 토지주택은행은 장기적 침체기에 부동산 가격폭락과 부동산 방기를 억제하기 위해 비축·보유하고 생산적 용도로 부동산을 전환시키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방 정부의 자금지원, 주 정부의 수권 법률, 지역사회 주도적 운영 등의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 조세체납, 압류 등 문제부동산이 야기하는 각종해악을 제거하여 정상적인 시장성을 회복시키고, 조세기반을 다시 안정화시킴으로서 생산적 용도로 전환과 근린지역 안정, 지역사회 활력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인 토지은행의 기능이다.
토지은행은 증여, 이전, 교환, 기부 등을 통해서 미점유 방기 및 조세체납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고, 특히 재산세 징수체계 개혁입법과 토지은행 수권법률에 근거하여 과세당국과 협약을 통해 민간부문에 앞서 우선적으로 문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비축·보유 부동산에 대해 면세하며, 개발·재개발, 신축, 철거, 수선, 녹지공간으로 전환 등의 활동들을 제한 없이 할 수 있고, 처분방법으로는 양도, 판매, 임대, 무상양도, 저당 등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지방정부와 조세환수협정을 통해서 토지은행이 정상 시장으로 복구시킨 부동산들에 대해서 최대 5년동안 50%의 재산세를 공유하여 토지은행 운용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런던정경대학교 지리환경학과 신현방 부교수 <투기적 도시화, 젠트리피케이션, 도시권>
정책입안자나 정치인, 기업인 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도시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공간을 바라보면서 우열을 매기고 낙인찍기를 한다. 과거 달동네, 판잣촌은 단독주택단지나 아파트 지구에 비해서 낙후된 곳으로 인식하여 철거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졌는데, 주거지역의 다양성이 다양성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간의 서열매기기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낙후되었다’고 낙인이 찍힌 공간은 끊임없이 보다 ‘높은 수준의 공간’ 즉 중산층과 부유층의 공간으로 재편하고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며, 이 공간을 점유한 사용자는 끊임 없이 중산층·부유층과 비교되고 축출의 대상이 된다. 말 그대로 공간 이용의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투기적 도시화 과정을 극복하고 소유자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도시권리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 공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소득층이 축출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고 공존의 권리를 인정받는 것, 상가세입자가 건물주의 횡포로 쫓겨나기보다는 공간 사용가치의 창출에 기여하는 주체로 인정 받는 것은 모두 이러한 다양성의 인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정현주 교수 <젠더 차별을 넘어 희망의 도시 상상하기>
신자유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소위 말하는 ‘재생산’의 영역을 착취적으로 유급노동화함으로써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과 재생산의 이분법과 재생산의 비공식화는 여성억압을 은폐할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도시문제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멀리 제3세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제도적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21세기 대한민국도 여전히 여성에게 억압적인 남성중심적사회이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련의 범죄도 전부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권력의 약자인 여성들이었다. 피해자였던 그녀들은 강남의 한복판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거나 소위 선망의 직업이라고 하는 교사였던 여성들로서, 언뜻 보기에는 피해를 당할만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폭력범죄에 노출되었다. 문제는 강남이든 섬 지역이든, 여대생이든 여교사든 이 사회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 도시’, 대안적 공동체를 논하기 위해서는 성인지적 관점과 여성적 의제가 꼭 필요하다.
◎ 대담: 박원순 서울시장과 데이비드 하비 교수 <서울, 희망의 도시를 향하여>
데이비드 하비 교수(뉴욕시립대 인류학과): 지금 도시는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충족시키기보단 자본이 원하는 성장과 확장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자본의 성장과 확장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투자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 이는 도시 삶을 다양하게 파괴하고 있지요. 빈 건물이 넘쳐나지만 뉴욕의 호화 부동산은 항상 호황이고, 이런 문제는 시장의 개인적인 잘못이 아니라 그냥 항상 그래왔던 것이지만 통제되고 바뀌어야 할 것들입니다.
영국에서는 지속성과 수용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소셜하우스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땅을 찾고 비상품적인 집을 만들어 공동체에게 대여하는, 이런 아이디어가 정책적인 제도 차원에서 공고화되어야 하고, 동시에 시민사회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다 나은 삶을 만들것이고 자원을 동원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시민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삶, 공간 안에서의 실천을 모색하고 동맹을 만들어 자본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우리는 하나의 도시, 현실적인 문제에 갇혀서 생각하는데 하비 교수는 세계적인 흐름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도시의 시대, 도시 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중앙정부가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곳은 도시입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치와 분권인데 지금의 지방재정개편 논란과 같은 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변화를 잘 모르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이 중앙정부에 종속되어서는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방법을 뉴욕처럼 시장에게, 임대료 상한선을 시장이 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서울의 재개발은 중요구역을 통째로 그어버리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정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가능한 그 도시의 자연적 인문적 환경을 살리면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개발권은 건설사들에게 있고 지속적인 인프라의 투자도 필요하지요. 앞으로는 인프라에 대해 단순한 유지보수를 넘어서서 인간적인 삶의 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성찰적 현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작은 카페, 유치원 이런 삶에 밀접한 것들이라고 말씀하시고 실제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시대적 배경은 서울시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주택협동조합도 많이 생기고, 동네목수처럼 스스로 마을을 가꾸며 마을을 개선하고, 인생의 문제를 함께 개선해나가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심해 정주성이 없고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기가 굉장히 힘든 서울이지만 4년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흐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시장 밖의 시장을 확대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입니다. 성장보다는 성장의 방향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시민의 정신입니다. 참여와 압력을 부탁 드립니다.
1부에서 전해드린 협치정책포럼의 내용이 실제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안주거운동,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대안 탐색이었다면 2부 심포지엄의 내용은 도시화에 대한 이론적 문제 진단과 시민자산화라는 실천적 대안에 대한 학술적 탐색이었습니다. 앞선 협치정책포럼에서 ‘시민자산에 대해 대중에게 설득력있게 요구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논의된 내용들이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안을 실천하는 현장의 고민에 학자들이 마련한 이론적 틀을 더해 마을공동체 활동에 더욱 튼튼한 기반으로 활용되길 바라며 1, 2부에 걸친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을 마칩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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