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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10년,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어 가고 있는가 ? - 강릉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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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10년,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어 가고 있는가 ?  강릉사례를 중심으로

권상동 *

저는 강릉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강원도 지역에 있는 작은 중소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바다와 산과 들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살기좋은 도시입니다. 1995년 명주군과 강릉시가 통합되어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농통합도시이고 공업기반은 미약하여 3차산업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단오제와 심사임당, 율곡, 허균, 허난설헌등으로 대표되는 역사문화자원과 대관령, 강릉경포대, 정동진등으로 대표되는 멋과 전통이 살아 있는 생태, 역사, 문화, 교육도시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미약하여, 다른 도시처럼 조금씩 인구가 줄고 있고 도시를 감싸고 있는 농촌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쇠퇴하는 농촌지역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지역으로 시민사회, 전문가 지역으로 눈을 돌리다.

1990년대는 한국사회에서 여러 가지 큰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YMCA를 중심으로 21세기 지역만들기 운동이 제안되어 전국전인 실천 활동이 시작되었고, 1994년 창원에서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중심이 되는 작은도서관 운동과 마을학교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에서도 마포 성미산을 중심으로 공동육아 협동조합이 시작된 해이지요. 도시연대가 창립하고 보행권과 도시 마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해입니다. 1998년 대구에서는 삼덕동에서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고 저희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기 강릉경실련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시기는 대체로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빈민운동과, 주민자치운동, 협동조합운동, 문화운동등이 종횡으로 교차하면서 마을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지역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소개도 이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1990년대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저희지역에서도 마을에 대한 고민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대부분의 시민단체에서는 마을만들기라는 새로운 방법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역에서도 자치와 주민참여에 대한 이야기들이 1~2년에 걸쳐 논의 되었지만 시민단체나 지역주민들이나 행정에서 받아들이고 무엇인가 실천 하는데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대부분의 지역이 저희 지역과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강원도 전문가와 행정이 먼저 움직이다.

1998년은 강원도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해였습니다. “새농어촌건설운동이라는 농촌형 마을만들기 사업이 처음으로 제안되고 그 작은 시작을 준비한 해였습니다. 당시 농업개방과 강원도의 절박한 현실에 근거하여 강원도는 마을만들기형 주민실천운동으로 상향식 마을만들기공모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1~2년 몇몇 아는 사람들만 진행하는 미미한 일이었습니다. 그당시 정보통신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저도 우연한 기회에 이런 정보들을 간간히 접하는 정도 였습니다.

1998년 여름 마을과 강릉시의 요청으로 정보화 관련 사업에 대한 상담을 하러 갔다, 마을리더 들과 처음으로 대면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농촌지역에서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새농어촌건설운동은 실사구시, 자력경생, 자율경쟁을 이념으로 정신, 소득, 환경분야의 혁식운동으로 의식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최대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어촌다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기본 골격을 가지고 있는 실천운동형의 공모사업입니다.

지역 정부가 진행하는 최초의 사람중심, 상향식방식, 선실행 후지원방식의 공모사업입니다.

마을에서 계획을 세워 먼저 실천하고 그 결과를 시군에서 추천하여 도에 올리면 도에서 우수마을을 선정한후 상사업비 성격의 지원금을 5억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99910개 마을을 선정하고, 2000 ~ 2004년까지 15개마을, 2005년부터는 30개마을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은 농어촌지역 마을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취동기를 유발시키며 주민의 단결과 자치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대단히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신기술과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었고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도 많이 발생시켰습니다.

 

강릉지역 마을에서는 어떤일들이 진행되었나

2004년 강릉경실련은 마을만들기 사업팀을 만들고 농촌지역에서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주민들과 처음으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지역에서 진행했던 개별적인 활동가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을에서 교육과 작은 사업들을 제안하고 진행했습니다. 주로 동네화단 만들기, 영화보기, 반상회 만들기, 농촌체험 프로그램 운영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개 마을에서 시작된 교육은 인근마을로 옮겨져 갔고, 이 교육은 참가했던 주민들의 입을 통해 한 개 면단위까지 확장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정부부처의 사업들이 봇물처럼 생겨났습니다. 정보화마을 사업이 생겼고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종합개발사업, 장수마을 등이 먼저 생기고 2006년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등 살기좋은시리즈들이 각 부서마다 경쟁적으로 생겨났습니다. 이시기는 행정과 시민사회와 주민이 함께 보조를 맞추어 보는 주요한 계기들이 되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2007년 행정안정부의 사업으로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앙정부의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중 가장 규모가 작은 사업이었고 중앙정부에서 단 한푼도 지출하지 않은 몇 안되는 사업중 하나이기도 했던 사업입니다.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저희 지역에서도 이 사업이 준비되었고 시민사회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행정과 시민사회, 전문가, 학계가 함께 모여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단이라는 자문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행정이 시민사회에서 그동안 마을에서 진행했던 활동을 인정하고 함께 하자고 손을 잡아준 결과입니다.

2007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사업의 지원을 위한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단의 활동은 일년 동안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마을현장에서 꾸준히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의견조율이고, 심하게 말하면 충돌이 되겠지요. 참 많이 달랐습니다. 행정, 업체 전문가, 학계, 시민사회, 주민이 바라보는 시각은 사소하지만 너무너무 달랐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느라 일년 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고, 년말이 되어 함께했던 주민리더들과, 지원단, 일선공무원들이 함께 12일 워크숍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마을만들기지원단이 회의로 받았던 수당을 전체 통장으로 모으고 행정이 다른 부서에서 남아있던 예산중 일부를 끌어와 진행된 워크숍입니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일정이었지만 일년간의 활동이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다음해에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싸운 기억밖에는 없지만 정말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해 강릉시는 행정안정부의 콘테스트에서 우수지자체로 선정되어 2억의 상사업비를 받게됩니다. 이 상사업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서 주민교육과 마을만들기 상설지원조직의 운영을 시험적으로 진행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행정과 시민사회의 의견조율을 거쳐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만들게 됩니다.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이 활동을 시작하다.

2008년 초 강릉시에서는 마을만들기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여론을 만들만큼 지역의 역량이 성숙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여 당시 유일한 거버넌스 조직이었던 강릉의제21실천협의회를 통해 자금의 집행과 사업을 진행한다는 지역의 합의를 통해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시험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조례도 없었고, 준비된 활동가도 많지 않았고, 마을만들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행정도, 시민사회도, 전문가들도 경험은 일천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에서 방법을 찾는 것,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내용을 찾아내고, 사람을 모을 수 없기에 마을에 들어가서 교육하고, 교육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사업에 응모하게 만드는 작업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진행해야 했기에 모든 강의는 상근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내용은 동영상 강의도 대체되었습니다. 그저 잘 할 수 있는 것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그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2008년도부터 강릉지역의 마을만들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동안 행정과 마을주민들만이 진행했던 마을사업에 전문가들이 함께 교류하고 마을교육이 함께 병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사업을 진행했던 마을은 조금 더 큰 사업을 꿈꾸고,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것입니다. 농촌지역에만 머물러 있던 마을에 대한 고민이 도시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도시 지역에서도 마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마을에서는 성황당보수, 마을 꽃밭 만들기, 마을 쉼터, 마을 정자 만들기, 골목길 벽화 그리기 등이 주요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마을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주민들이 일을 하면서 신나야하고, 마을에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마을에서 계획하는 사업도 쉽게 동의 받을 수 있는 사업에서 전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되고 조금씩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사업에서 큰 사업으로, 큰 사업에서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업은 커뮤니티비지니스 형태의 사업이 많이 계획되고 마을기업, 마을기업형 새농어촌건설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과 결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

현 정권 들어 정책은 바뀌고 중앙정부의 사업은 조용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마을만들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점차 줄어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살기좋은 시리즈로 대변되던 중앙정부의 사업은 사라졌지만 지역정부와 지역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에 대한 고민을 진척시켰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로 구체화 시켜나갔습니다.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사업이 어떤 곳은 희망마을로 어떤 곳은 으뜸마을또 어떤 곳은 주민창업으로 이름을 바꾸며 지자체의 독자사업으로 전환하였고 지자체마다 다양한 형태의 독자적인 마을만들기 사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를 지원하기 위하여 조례를 만들고, 행정전담부서를 만들고, 민관협력위원회,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2년 현재 안산, 완주, 강릉, 수원, 청주, 정선, 대구, 서울, 정읍. 부산, 광주 등에서 중간지원조직(지원센터)를 운영 중이고 익산, 순천, 양양, 시흥, 인천 등 다양한 곳에서 지원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만들기는 마을과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새로운 수단으로, 새로운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마을만들기는 단순한 주거환경개선이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사업에서 지역을 키우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과 함께 향유할 문화를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평생 즐겁게 공부하며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도시재생, 사회연대경제, 협동조합, 커뮤니티비즈니스등이 주요 키워드가 될것입니다. 이것은 지역에 살고 있는 스스로의 필요에 의하여,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지역의 힘입니다.

 

연대를 통하여 고립을 피하고 함께 해법을 찾다.

저는 20107월부터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라는 전국순회 모임을 통하여 전국의 지역리더, 활동가, 공무원, 지역의원, 연구자들과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마을만들기를 처음으로 한국사회에 제기했던 1세대 선배그룹들이 진행하다 중단되었던 대화모임을 전국의 리더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매월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되는 이모임은 서로간의 활동을 공유하고 현장을 중심으로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는 공부모임입니다.

많은 마을만들기 리더들이 지역에서 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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