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안으로 떠오른 ‘커뮤니티 비즈니스’

▲ 최근 일부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돌봄공동체’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을 결합해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은 엄마들이 영어 품앗이를 진행하는 모습. &cop; 여성신문 DB

지역주민이 주체로 나서 지역에 필요한 일을 사업화해 적정 규모의 적정 이익을 실현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미래 사회 대안 모델로서 시민단체, 여성계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전체 인구의 20%가 60세 이상의 노인인구로 구성되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기에,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노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지자체 중 완주와 상주에서도 관련 조례 마련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산업화에 뒤처져 황폐화된 소도시들을 위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을 발전시킨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지방에서부터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 기업과 함께 초고령 사회 대안으로 급부상

최근 미래포럼 주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위기의 폭탄인가 번영의 기회인가’ 공개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임금피크제와 같은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고 더불어 사회적 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사업 전개를 통해 고령층에 대한 사회공헌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나가노현 쇼가와촌의 ‘쇼가와 마을’ 회사.

쇼가와 마을은 인구가 적고 산업도 발달하지 않은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주로 노인, 할머니들이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쇼가와 마을’ 회사는 지역발전을 고민하던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든 마을을 다시 일으켜 보자”는 자발적인 뜻을 모은 데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지역의 향토음식인 ‘오야키’(밀가루 반죽 속에 팥이나 채소를 소로 넣어 구운 향토식 과자)를 생산·판매하는 데 마을의 유휴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사원 100명 중 80% 이상을 일손을 놓고 마을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의 할머니들로 구성한 것이다.

공장 건물은 ‘공방’. 양잠용 건물이나 농협의 유휴시설 등 마을에서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활용해 할머니들이 15분 이내로 통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 마을은 할머니들에게는 경제적인 도움과 일자리 제공은 물론, 근무하는 할머니 5~6명이 매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재팬 엑스포’ 등에 참가, 오야키를 선보일 기회도 주어지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해외에 나가게 된 할머니들은 영어회화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다시 화장을 시작했으며 매사 의욕을 보이고 건강해졌다. 이 마을이 그동안 고도 공업사회에서 노인 등 귀찮은 존재로 겉돌기만 했던 사람이나 물건을 잘 조합해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일본 ‘쇼가와 마을’ 대표적…여성·노인 인력의 ‘블루오션’

최 연구원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쇼가와 마을은 여성이나 고령자들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해오던 수작업에 활용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로 고령화 사회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

이런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역사회 만들기 시도는 특히 시민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역사업이기 때문.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기업처럼 이익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기보다 마을 사람들이 최소한의 먹고살 수 있는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정 규모, 적정 이익을 창출한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주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개방형 비즈니스다. 그래서 최근 한국여성재단(재단)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등 여성계에서는 이 같은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개념을 여성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적용,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단의 경우, 이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이 더불어 사는 사회 지향,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중심으로 마을의 상호 소통을 강조하는 만큼 지역의 소외된 이들에 대한 ‘돌봄공동체’ 구축사업과의 연계를 구상하고 있다. 여성연합도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의 원칙 아래 잉여물은 지역으로 환원하는 등 지역운동과 생산활동을 연계하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구경숙 여성연합 정책국장은 “그동안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대상이 주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고, 이들 역시 보육과 직장생활 병행으로 지속적인 지역운동이 어렵다는 점이었다”며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직주(직장과 주거지) 근접의 개념을 살려 개인이 커뮤니티 안에서 지역을 위한 서비스(운동)에 참여하고 약간의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