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상력, 미래를 바꾼다 - 1 영국 게이츠헤드의 大실험, 과연 우리는?[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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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화두다.
도시인류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에너지를 문화로, 죽어있는 물질을 예술의 살아있는 상징으로, 생물학적 재생산을 사회적 창조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참된 도시의 기능”이라고 까지 정의하고 있다.
하나의 문화가 도시를 재생시키기도 하고, 하나의 이미지가 엄청난 자부심과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산업혁명의 부산물로 남은 폐공장을 활용한 ‘문화 리모델링’으로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통영도 최근 수산 경제의 악화로 각종 예술사업과 도시 디자인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한 세계속 도시 재생을 꿈꾸고 있다.
이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문화공간 공동 기획취재로 영국과 독일 10개의 재생 문화공간을 답사, 통영 문화 상상력 창출에 하나의 불씨를 지피고자 한다.【편집자 註】
글 싣는 순서
①게이츠헤드의 대실험, 과연우리는?
②유럽 폐공장의 기적, 400년 통제영에서 미래를
③도시는 이미지, 예술가에게 꿈의 제작소를 허락하자
④문화도 하나의 놀이, 통영 가능성을 엿본다
"처음엔 그딴 걸 왜 짓느냐", "돈이 남아 도느냐"고 했죠.(음악당 서비스팀 로완 반 뮈센씨)
런던에서 비행기와 차를 번갈아 타며 2시간 여 만에 도착한 세이지 게이츠 음악당에서 들은 첫 마디는 매우 뜻밖이었다.
특히 통영 윤이상음악당의 벤치마킹이 되는 곳이기에 더욱 의아했다.
아침 8시50분. 문화공간을 방문하기에는 이른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1층 로비에서는 각종 악기를 든 연주 단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아이 손을 잡은 엄마들이 바쁘게 각종 교육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 세계 3대 음악당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하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데, 주민 80% 이상이 처음 음악당 건립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중소도시 게이츠헤드가 세계적인 문화와 자부심을 말하게 됐을까.
탄광촌에서 문화의 힘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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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츠헤드의 밀레니엄 브릿지. |
타인(Tyne)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뉴캐슬과 붙어 있는 중소 도시로, 전통적으로 석탄과 제분을 주업으로 했던 곳이다.
하지만 1900년대부터 공장들이 문을 닫고 대공황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무너졌다.
한때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영국 내에서 '인권의 적이 만든 노동자 숙소'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강 건너편에 있는 뉴캐슬이 경제·산업 면에서 이 지역을 대표 번영을 누리는 반면, 게이츠헤드는 그저 뉴캐슬의 외곽도시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최악의 상태에서 도시 재생을 선택한 것이다.
조각가 앤서니 곰리의 작품 ‘천사'의 등장과 함께, 아름다운 다리와 최고의 미술관과 음악당. 게이츠헤드는 이제 당당히 문화와 자부심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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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제분소에서 꿈의 예술공장으로 탈바꿈한 발틱현대미술관. |
시의회 도전이 낳은 문화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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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첫 해 100만명의 관람객을 맞은 발틱미술관. |
이들은 과거 공장과 광산 도시가 남긴 황폐한 토양 위에서 꽃과 빛의 향연을 펼쳐보자는 역(逆)발상을 했다.
게이츠헤드의 도심 재생은 단순히 노후 건물을 밀어내고 새 건물을 지어 상권을 조성하는 개발주의 모델로 진행되지 않았다.
남들처럼 빌딩이나 큰 공항을 짓기 보다는 철저하게 문화와 교육을 통해 도심 재생을 해냈다.
축제에 집중 투자를 하고, 높이 20m, 날개길이 54m의 천사 등 공공미술 작품을 도시 곳곳에 설치했다.
배가 지나갈 때 눈꺼풀이 올라가듯 90도로 올려지는 밀레니엄 다리와 그 옆으로 철거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방치됐던 옛 제분소를 리모델링한 발틱 현대미술관이 들어섰다.
그리고 과거 석탄과 밀가루를 실어나르던 선착장엔 세계 최고의 음향 시설을 갖춘 애벌레 모양의 세이지게이츠헤드 음악당을 건립, 국제적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발틱은 8백70억, 게이츠헤드 음악당은 중소기업인 세이지의 도움을 받아 1천330여억원의 건립비가 투자됐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물리적 건물만 짓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 그러니까 모든 것을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도록 추진했다.
게이츠헤드 음악당은 그냥 콘서트홀이 아니라 학교와 같다. 전문 연주자 뿐 아니라 갓난아기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지역민 트레이닝센터 역할을 수행한다.
음악당 스탭 대부분이 이 지역 출신자들을 교육시켜 고용한 것은, 문화공간이 지역사회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하지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완 반 뮈센씨는 “처음에는 지역민 대부분이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공연장과 미술관이 왠 말이냐'며 ‘그 돈으로 학교와 병원 같은 데나 쓰라'고 반발했지만, 의회가 의지를 꺾지 않고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결국 논란을 접고 국제화에 성공한 사례로 남았다.
음악당·미술관 연 230억원 경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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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문화공간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
관광객이 없던 게이츠헤드에 관광객이 몰려 왔다.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방문이 이어졌다.
4일에서 7일정도 묵으면서 전시, 공연을 볼 정도의 풍성한 관광자원 마련이 큰 몫을 한 것이다.
발틱 현대미술관은 개관 첫 해에 100만 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현재 세이지 게이츠 음악당과 함께 매년 1천200만 파운드(약 23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낳고 있다.
집단 누드 사진으로 유명한 미 사진작가 스펜서 튜닉(Tunick)도 2005년 방문, 음악당과 밀레니엄 다리 등에서 누드 작품을 촬영해 전 세계에 알렸다.
발틱미술관 미디어 담당 엔 쿠퍼씨는 “최근 미국 록 가수가 음악당에서 공연을 펼친 후 100m 아래 미술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미술관과 음악당, 다리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관광객들이 좋아하고 참여한다"고 말했다.
게이츠헤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 약간 서먹했던 뉴캐슬과도 손을 잡고 2000년 뉴캐슬·게티프헤드 창의기구(NGI)를 구성했다.
두 지역을 아우르는 공연장 신설과 재건축, 관광프로그램 개발 등을 주도하고 연계, 또 다른 의미의 문화공간 창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통영국제음악제 성공요인은 국제화 전략
문화연대 이원재 처장
-윤이상음악당, 국제적 랜드마크를 지향
-강점과 약점 철처히 파악 시민설득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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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재 처장. |
유럽 문화재생 공간 워크샵과 섭외를 주도했던 문화연대 이원재 처장.
게이츠 음악당에서 취재 기자들에게 국제적 랜드마크로 성공한 한국의 문화상품으로 통영국제음악제를 소개했다.
이 처장은 "통영국제음악제는 풍부한 문화자원과 수려한 경관, 그리고 그 속에 핵심이 되는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이 있어 가능했지만, 방법면에서 국내가 아닌 국제화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통영은 인구 14만의 남쪽 끝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윤이상을 비롯 박경리, 유치환, 김상옥 등 다양한 인적 자원과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월등한 편"이라며 "이 점에서 보면 통영은 이미 게이츠헤드 보다는 음악당 건립이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제적 수준의 윤이상 음악당이 건립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국내외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처장은 "현재 게이츠헤드 역시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 관심과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진 개발의 효과가 강 주변에 머물러 있고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미술관이나 음악당 방문 관광객이 호텔은 강 건너 뉴캐슬 쪽으로 잡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통영 역시 이 같은 문제점에 직면했다"며 숙박시설 부족으로 뉴욕필 통영 공연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윤이상 음악당을 짓기 위해서는 통영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점은 방향 설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며, 게이츠헤드의 변신을 주도한 북동지역 로빈슨 예술위원장이 문화재생을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패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문화재생이 필요한 이유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설득시킨 시의회 도전의 의미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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