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진화](19)마을만들기 전문가 초청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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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마을만들기 전문가 초청 좌담회
사심없는 소통이 살맛나는 동네 만든다
작성 : 2009-10-27 오후 6:27:11 / 수정 : 2009-10-27 오후 7:42:44
윤나네(nane01@jjan.kr)
<< 중앙 정부와 자치단체마다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면서 낙후되고 소외된 농촌과 도시마을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 환경이 달라지고 주민 공동체가 복원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살 맛나는 동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없이 추진되거나 아직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오히려 마을을 붕괴시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한 '마을의 진화'기획특집 마지막 순서로 마을만들기사업 현장에서 일해 온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 마을사업의 진행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발전방안 등은 무엇인지 진단해 봅니다. >>
23일 전북일보 회의실에 박훈 사무국장(전북마을만들기 협력센터, 왼쪽)과 이춘식 목사(진안 상전면 금지마을위원장, 가운데), 박동원 담당(진안군 마을만들기, 오른쪽)이 모여 마을사업의 진행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발전방안 등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정헌규(lunartickali@jjan.kr) |
· 일시 : 2009년 10월 23일 오전 11시 30분
· 장소 : 전북일보사 편집국
· 사회 : 권순택 전북일보 문화사회부장
· 참석 : 곽동원 진안군 마을만들기 담당, 박 훈 전북마을만들기협력센터 사무국장, 이춘식 진안 상전면 금지마을위원장(금양교회 목사)
◆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별로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는 진안군이 앞서 가고 있는데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곽동원 = 진안군 마을만들기사업이 타 자치단체에 비해 앞서 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을만들기 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전담팀을 신설함은 물론 마을만들기 행정 TF팀을 구성 운영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을만들기사업에 철학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안군의 마을만들기의 목표는 파괴된 농촌마을의 공동체 복원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살 맛 나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것입니다. 방법론적으로는 내발적 발전론에 근거한 주민주도의 상향식 마을개발과 민관협력을 통한 마을발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마을사업을 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이춘식 =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을 물리치고 긍정적인 생각이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근거 없는 비판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위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먼 옛날에는 우리 주민들도 마을사업을 하고자 할 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사업이 주민들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단합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곽동원 = 덧붙여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의 활동이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마을 공동으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이전 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마을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간 갈등이나 이견으로 어려움도 많았었을 텐데요, 주민들 이해와 협력, 의견 결집은 어떻게 했는지요.
△곽동원 = 처음 마을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행정과의 갈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생소한 시기에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꾸준히 주민들과 함께 교육하고 학습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주민들의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 가면서 갈등을 풀어 나왔습니다.
△이춘식 = 우리 주민들은 지형적인 영향 때문인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 남달리 강합니다. 또한 누구든지 솔선수범하면, 모든 주민들에게 연쇄반응이 일어나,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우리 마을의 특징입니다. 사심 없이 희생정신만 발휘하면, 이해와 협력, 그리고 의견을 결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마을만들기의 궁극적 지향점은 공동체 복원과 소득증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일부 마을사업의 경우 주변 환경 개선과 시설 지원에 치중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는데요.
△박훈 = 마을만들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속가능한 삶의 질의 문제입니다. 어떤 삶이 지속가능한 삶이냐의 문제를 마을 구성원들과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농촌형이나 도시형이나 그런 고민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쉬운 하드웨어 구축쪽으로 치우치는 것이지요. 눈으로 보여지는 외형적 성과들과 정산에만 몰두하는 현재 시스템은 문제가 많습니다.
△곽동원 = 주민 소득증대를 위한 공동의 사업 보다는 주민들이 가장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하는 것이 실패에 따른 부담감도 덜고 주민들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주변 환경개선과 시설지원을 처음에 추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환경 개선과 시설지원을 한 이후에는 농산물의 가공·유통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여 도농교류를 통한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각 마을별로 추진되는 사업 내용이나 테마가 비슷한 게 많습니다. 행정의 편의성만 내세워 획일화하다보니 차별화, 특성화가 안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곽동원 =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대부분이 먼저 하는 일이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마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선진사례의 보기 좋은 것만 따라 하기 때문에 마을만들기 사업이 차별화, 특성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안군의 경우 주민과 마을리더 교육때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와 자연환경 등 인적·물적자원이 가장 경쟁력있다고 교육하면서 마을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테마를 정해 다른 마을들과 차별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훈 =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거나 부족한 마을에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의 여러 가지 자원을 철저히 분석하고 마을 주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과 누구와 협력해서 할 것인지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과정이 너무 부족합니다. 획일적인 추진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겠죠. 진안 완주등 전담팀이 있는 지역 빼고는 타 시도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마을사업을 주도하는 리더 역할이 중요한데요, 아무래도 농촌여건상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계속 혼자서 도맡게 됩니다. 마을 리더 교육과 양성이 시급한데요.
△이춘식 = 마을 리더 양성은 정말 중요합니다. 21세기형 새마을을 만들려면, 농촌마을에서 종신토록 살겠다고 다짐하는 리더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꿈같은 이야기인지 몰라도 이러한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아낌없이 지원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황폐한 농촌마을을 살리는 리더는 하루아침에 양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곽동원 =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성공한 마을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마을리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의 성공은 마을리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을리더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을리더로서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을리더 간 협의체 구성을 하여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을사업의 실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을 사무장, 또는 마을 간사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중앙부처 마을사업의 경우 단순 보조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인데요.
△박훈 = 마을 사무장이나 간사들은 귀농이나 농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보듬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도시민의 농촌유입, 마을만들기의 실무 추진에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사전 교육과정과 마을 적응 훈련 등의 영역을 마을만들기협력센터에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무장이나 간사들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마을 주민들의 배려입니다.
△곽동원 = 마을간사나 사무장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푹 넓은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마을내부에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 시킬 수 있는 마을소식지를 제작 배포하는 일과 주민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상품 개발, 상품 디자인,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진안군은 마을사업을 총괄하는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아직 행정지원시스템이 미흡한 지역이 많습니다. 전담팀이 없거나 담당 부서가 나뉘어져 협력체계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는데요.
△박훈 = 자치단체장의 의지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마을이 대한민국 행정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시스템은 실질적으로는 면사무소가 가장 작은 단위이죠.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아야정 사례를 보면서 거의 전 부서가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만들기 전담부서를 만들어서 중앙정부 사업의 공모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있는데 경계해야 합니다.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입니다.
◆ 마을 정주여건이 개선되면서 귀농 귀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립 자생기반이 열악하고 기존 주민과의 융화문제도 드러나고 있는데.
△박훈 = 농사이외에 도시민들이 귀농해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누군가 계속 만들고 벌여가야 하는데, 일을 벌리면 감사받고 힘들어지는 행정 시스템에서는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민간영역에서 주도할 수 밖에 없는데, 민간영역에도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대안을 사회적기업으로 맞추는데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도시의 민간 영역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공동 사업 형태로 일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합니다. 기존 주민들도 정말 우리 마을에 사람 사는 목소리가 넘치길 원하지만, 외부 귀농인을 맞을 마음의 준비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마을사업에 대한 발전방안이 있다면.
△박훈 = 세가지 정도 제안드립니다. 첫 번째는 도시의 훈련된 역량을 농·어·산촌 마을만들기 과정에 어떤 댓가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마을 자치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입니다. 세 번째로는 행정의 인식전환입니다. 마을을 행정의 최소단위로 인식하는 현장 중심의 행정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 세가지 일들을 체계적으로 조율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 추진중인 전북마을만들기협력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도내 마을만들기가 성공적인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동원 = 마을만들기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단시일에 효과가 나타날 수 없기 때문에 참고 인내하며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을 내부를 꼼꼼히 들여 다 보고 작은 것부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면 마을만들기 사업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춘식 = 행복지수가 높은 민족은 대부분 가난한 민족입니다. 비록 가난해도 범사에 감사하기에 행복지수가 높은 것입니다. 불신과 갈등 속에 진행되는 마을사업은 사상누각과 같아서 차라리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주민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이해와 배려 협력속에 모두가 꿈꾸는 농촌 낙원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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