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쟁이네. 소리 없는 전쟁"
'쇠락한 거리에 활력을!' 기획 취재 과정에 동행한 이의 놀라움 섞인 말이다. 굳이 이 말을 빌리지 않아도, 대한민국 지자체들은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에 경쟁 중이다.
서울에서 시작, 최남단 제주까지 '최초', '특별한' 거리 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마산의 '오동동', 대구 '동성로',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전주 '루미나리에', 제주 '남문골' 등 명물거리가 탄생했다.
명물거리 성공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차량'보다는 '사람'을 우선했다. "사람이 많이 찾아야 상권이 살아난다"며 지자체들은 일본 요코하마를 비롯해 국내 선진 사례를 시민들과 함께 돌며 설득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다른 교통 여건도 반영했다. 교통 흐름의 측면에서 '차 없는 거리' 또는 'S자형 일방통행로' 등 각각 다른 방법을 택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시간대에는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기도 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콘텐츠를 반영, 차별화했다. 부산은 '간판'을, 마산과 제주는 '아구'와 '하루방' 벽화로 차별화했다. 전주의 경우 12개 별자리가 빛나는 '루미나리에(경관조명)'로 승부를 걸었다. 포항에선 아예 도심 한복판에 '인공 실개천'이 흐르는 파격을 보였다.
그럼 통영 도천동의 아이콘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있다. 그가 태어난 생가인 윤이상기념공원이 조성중이고 통영국제음악제의 프린지공연이 열리는 '페스티벌하우스'를 갖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무원, 상인, 전문가조차 이 환경에 대해 "너무 조건이 좋다"며 부러움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성공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이정호 경북대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의 승패는 자발적인 주민 참여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주민 참여 없인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 막대한 사업비가 동원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통영시 공무원과 주민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한산신문의 기획 코스를 따라 선진 사례를 직접 답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푸른통영21과 시에서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하는 '마음껏 걷고 싶은 거리' 워크숍 계획도 세우고 있다.
청신호다. 주민들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도천동 걷고 싶은 거리의 '테마'를 설계하고 거리의 벽돌 하나, 쌈지공원의 나무 한그루에도 아이디어와 땀방울을 보태야 한다.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야말로 걷고 싶은 거리의 성공에 꼭 필요한 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