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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거리에 활력을 4 - 서로 원수, 원망…갈등을 넘어서라[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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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락한 거리에 활력을 - ④
 서로 원수, 원망…갈등을 넘어서라
 [2008-05-23 오후 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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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반대를 해서 바리게이트를 치니, 가스통을 들고와 자살 소동을 벌였어. 결국 그날로 차량 통행 재개했지.", "내 머리카락이 남아있나 몰라. 하도 머리를 많이 뜯겨서."


 부산과 경북 포항이 거리 만들기의 모범 도시로 뜨고 있다. 부산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 포항 '중앙상가 문화의 거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두 곳 모두 순탄한 출발을 하지 못했다. 전국의 거리 만들기 사업 대부분이 그러하듯 사업 초기 '주민과 관청', '주민 대 주민'간의 갈등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언론과 다른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을 포함한 거리 만들기 사업추진 당사자들로부터 벤치마킹 1순위가 됐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포항 중앙상가에 '실개천'을 만든다고?


 2003년 포항에선 난리가 났다. 포항시에서 중앙상가 한 가운데에 '실개천'을 만들겠다는 '중앙상가 문화의 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명분은 대형마트 진출로 침체된 도시중심상권 살리기 및 포항만의 명물거리를 표현할 수 있는 실개천이 흐르는 특화된 문화거리 조성이었다. 사업구간은 포항역 앞-우체국 657m 중앙상가. 80~90년대만 해도 대구의 웬만한 상가와도 안 바꾼다던 노른자위 상권이었다. 


 원래 개천이 있던 곳도 아니고, 상가가 밀집된 거리에 실개천이라니, 게다가 왕복 2차선 차로를 완전히 막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하니, 당연 반대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청계천 따라하기'라는 비판도 거셌다.


 심지어 화장품, 의류점 등을 운영하는 포항 중앙상가상인회원 240명 가운데 90% 이상이 공개 혹은 비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시와 상인회장이 반대 상인들을 설득해봤지만 요지부동. 강경책으로 바리게이트를 쳐서 차량 통행을 막아 차 없는 거리를 시도했다. 당장 사고가 터졌다. 반대 상인이 가스통을 들고 나와 "터트려 버리겠다"며 자살 소동을 벌인 것. 곧바로 바리게이트는 철수됐다.
 
 거센 반대, 어떻게 설득했나


 포항시와 상인회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주말 같은 특정일에만 시범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만드는 방안이 제안됐다.


 하지만 "차량이 다녀야 장사가 된다"는 반대측의 강경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2003년~2005년 3년 동안 차량통행 금지와 재개가 반복됐다.

 그동안 10여 차례 주민 투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 결과를 따르지 않았다.


 이때 '통행(주차) 차량 실태 조사'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반대측도 자신만만하게 합의했다. 조사 결과, 65%가 점포 상인과 종업원 차량이었다. 여기에 배달 차량을 제외하고 나니, 소비자들의 차량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반대상인들도 차 없는 거리, 실개천이 흐르는 거리를 수용했다.


 김충호 포항 중앙상가상인회장은 "무엇보다 반대측과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한 게 효과를 봤다. 차량 조사는 막판에 큰 둑을 헐고 강물을 흐르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복로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


 '문화의 거리로 거듭난다(동아일보)', '도시를 새로 디자인한다(조선일보)', '걷고 싶은 거리 광복로(KBS)'….


 부산 광복로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다. '광복로가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변신, 70, 80년대 옛 영화를 되찾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부산 중구청과 (사)광복로문화포럼은 광복로 750m에 8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왕복 2차선 도로를 'S'자형 일방통행도로로 만들고 336개의 간판을 정비했다. 여유 있는 통행로, 문화공연이 열리는 쌈지공연장, 아름다운 디자인의 간판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광복로에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당초 광복로 시범 가로 출발은 '간판 정비'였다. 하지만 한 상점에서 가로, 세로, 입체, 프랜카드까지 3~4개씩 붙이던 간판을 상점당 가로 1개, 세로 1개로, 그것도 크기를 제한하겠다고 하니, 상인들의 불만이 높았다.


 '간판이 커야 소비자들에게 잘 보인다'는 상인들의 인식에 부딪쳐 한발 앞도 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당초 2차선 일방통행로를 1차선으로 축소하니,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찬성, 반대측의 갈등도 커져만 갔다.
 
 반대측을 끌어안다.


 부산에선 반대 상인을 배척하기보다 끌어안는 방법으로 갈등을 풀어나갔다.


 특히 주민 투표의 효과가 컸다. 부산 중구청은 5억원의 설계비를 배정해 15개국 65팀으로부터 설계를 공모받았다. 이 안을 바탕으로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앞서 주민설명회를 3차례 열어, 반대 상인들의 의견을 설계에 담았다.


 설계용역에 선정된 연세대 민선주 교수팀은 1업체당 평균 5차례 방문, 상인들의 의사를 듣고 간판의 디자인을 수정해나갔다. 336곳의 간판을 정비했으니 방문횟수만 1천500회가 넘는 셈이다. 'S'자형 일방통행도로 설계를 위해선 44차례 상인들과 회의를 가졌다.


 광복로 문화포럼 김근호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반대하는 상인들을 제외시키고 사업을 진행시켰다면 그 과정이 순탄치 못했을 것"이라며 "반대측의 의견을 존중하고 또 존중하자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제 시선을 돌려 통영의 경우를 보자. 도천동 걷고 싶은 거리는 이제 겨우 2차례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광복로 44차례에 비하면 채 1/20도 안 된다. 그런데도 주민 대부분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면 지금보다는 낫다'며 찬성하고 있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꾸준한 대화와 설득할 방법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반대측 의견의 존중. 부산, 포항 사례가 도천동 걷고 싶은 거리 사업 추진을 위해 앞장선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그리고 앞으로 세부사업을 진행할 통영시, 그리고 주민들에게 시사하는 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반대한 사람에게도 명분을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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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중앙상가상인회 김충호 회장
포항 중앙상가상인회 김충호 회장

 

 "가스통 들고 자살 소동을 벌였으니, 반대가 오죽 심했겠습니까. 그래도 그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포스코(POSCO), 과메기에 이은 포항의 명물 '실개천 흐르는 거리'를 만든 숨은 공신 김충호 포항 중앙상가상인회장(화장품점 운영)은 "반대편에게도 명분을 줘라. 그래야 내편이 된다"고 강조했다.
 가스통 자살 소동, 차량 통행 금지와 재개 논란을 겪으면서도 반대측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줄기찬 대화의 산물이 '주차 차량 실태 조사'였다. 그 결과 시민과 상인 여론이 유리하게 전환됐다. 김충호 회장은 "이때부터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제까지 반대했다가 당장 찬성으로 돌아설 수는 없다"며 "처음부터 줄기차게 '주차장 부족'과 '배달 차량 통행 불편'을 우려한 반대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변 빈 상가나 집을 주차장으로 전환하라고 주인들을 설득해 웬만한 대형마트보다 많은 주차장을 확보했다. 차 없는 거리의 샛길도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측에게 물러설 명분을 준데다, 소비자가 늘고 빈 점포가 줄면서 지금은 반대했던 상인들이 더 좋아한다. 심지어 그때의 열정으로 실개천 정비나 청소에 더 앞장선다"고 말했다.

 

 

"갈등 '5관'으로 극복하라"

 

2008052314912_3F8XDvg9u.jpg 부산 광복로문화포럼 김근호 사무국장부산 광복로문화포럼 김근호 사무국장

 

 "멱살잡이는 예사였죠. 우리 가게 장사 망치려고 작당을 했다고 따지면서."


 2006년부터 3년 동안 숱한 오해와 갈등을 풀어낸 부산 광복로문화포럼 김근호 사무국장(의류점 운영)은 "갈등을 5관으로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관계 관심 관점 관여 관철'이 바로 그 5관. 먼저 반대하는 상인들과도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라는 것. 다음으로 반대측의 관심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관점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모른 채 해서는 안 되며 줄기차게 관여해 공동의 의견을 도출할 것. 마지막으로 공동의 의견을 관철할 것이다.


 김근호 사무국장은 "만약 간판이나 도로 정비에 반대한다고 해서 외면하면 서로 원수를 지고 원망만 하게 된다. 계속 관계를 맺으니 반대측의 관심 사항이 무엇인지 핵심을 파악하고, 그 의견을 반영해 더 좋은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중구청 직원만이 사업주를 만나러 갔다면 설득에 실패했을거다. 사업에 찬성하는 상인들이 동행하니 분위기도 부드러워지고 서로 의견도 조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김 국장은 섣부른 욕심에 현수막 증설 등 편법으로 간판을 추가 설치한 상인들을 만나, 철거를 설득한다. 이 노력 덕분에 광복로의 간판은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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