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품 누비의 변신…사회의 변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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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회적경제] (9) 통영 '민들레누비'
캄보디아 출신인 솜앗(29·김영은) 씨는 한국에 온 지 8년이 됐다. 결혼해 통영에 정착했지만,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엿한 일터가 있다. 다문화 모임에서 만난 언니가 소개해 준 덕분이다.
통영 전통누비를 만드는 '민들레누비'. 꼼꼼함이 필요한 바느질과 재봉틀을 움직이는 일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하나씩 만들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통영에 오래 살았지만, 통영누비의 존재와 전통도 일하면서 알게 됐다. 이렇게 요즘 한 달에 100만 원 남짓을 번다. 아들 하나를 둔 엄마 역할에 일까지 겹쳐 힘겨울 수 있지만, 이 역시 익숙해졌다며 솜앗 씨는 웃었다.
◇지역 특산품과 사회적기업의 시너지 = 통영지역 사회적기업인 '민들레누비'( www.tynuby.com )는 결혼이주여성 일자리에 대한 고민 끝에 생겨났다. 통영에도 다문화가정이 많다. 굴 작업장 곳곳에는 결혼이주여성이 있어 이들이 통영 경제를 살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굴 작업장은 추위와 싸워야 하고, 주로 더운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적응하기에 어려운 장소다.
통영 결혼이주여성들은 일하고 싶어했다. '민들레누비' 강분애 대표 이야기다. "통영YWCA 사무총장으로 2년간 일했는데, 당시 다문화지원센터가 없어 통영YWCA에서 한글교실 등을 열었죠. 그때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일자리를 원하는 이가 많았어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바느질을 해본 이들이 있어서 누비 제작을 교육하고 일할 사람을 배출했죠."
'민들레누비' 강분애 대표. /박일호 기자 |
공동 작업장이 만들어졌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일터가 됐다. 급여가 적어 이직이 잦았지만, 이제 안정을 찾았고 일의 능률도 올랐단다. 이주여성 10명과 직원 5명이 '민들레누비'의 한 식구다. 서호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에 지난해 8월 문을 연 누비 판매장이 있고, 전통시장 안 건물 2층 한편에 작업장이 있다.
작업장에서는 솜과 천을 활용한 누비 제작부터 재단, 가방의 끈이나 밑을 만드는 작업, 그리고 제품 완성까지 책임진다. 일하는 이들이 재봉틀을 만지는 모습은 익숙해 보였다.
'민들레누비'는 보기 드물게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사회적기업을 키운 예다. 초창기 통영지역 기존 누비 공방과 갈등, 경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통영 안팎으로 누비의 가치를 알려내는 데 함께 힘쓰는 공생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민들레누비' 작업장에서 제작한 가방과 지갑 등 각종 누비 제품은 서울, 부산, 대구, 울산, 마산 등 통영누비를 판매하는 곳으로 옮겨진다.
◇국외시장도 노린다 = 누비는 연령층과 상관없이 활용하는 제품이 됐다. '민들레누비'는 대중화를 위해 계절이나 유행하는 색 등에 따라 가방 디자인도 바꾸고 있다.
'민들레누비'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2년 차다. 내년 10월 이후에는 지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립해야 한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힘들었지만, 올해는 조금씩 일어나야 해요. 그동안 한 해 매출이 3000만 원 정도에 머물렀는데, 연간 4000만 원 매출이면 안정권이죠."
올 하반기에는 야심 차게 국외 박람회 참가도 추진할 계획이다. "통영누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사해보고, 다양한 사람한테 우리 제품 평가도 받아보고 싶어요. 가죽은 칼에 쉽게 잘리지만, 누비는 쉽게 베이지 않고, 비교적 가볍고, 작업 과정에는 손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 특징을 알려 나가고 싶어요."
'민들레누비'에서 만든 누비 방석은 인근 노인정으로, 누비 실내화는 복지관으로 전달된다. "통영 도산면에만 노인정이 2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노인정, 복지관 등 통영지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조금씩 꾸준히 실천해야죠."
민들레누비 작업장에서 일하는 결혼 이주여성들. /박일호 기자 |
취약계층과 학생을 대상으로 누비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슈퍼누비스타'라는 이름의 학생 누비 교육이 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이 지역 특산품인 누비를 알게 되고, 훗날 통영에 돌아와서 누비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달 입학한 통영고 1학년 학생들은 누비 명찰을 달았다. 통영RCE(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가 주관하는 지역 청소년 글로벌 탐방 프로젝트인 '브리지 투 더 월드'의 6기 청소년 6명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특산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통영누비 명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민들레누비'는 시장 조사와 제작을 도왔다. 이런 인연으로 아이들은 지난달 초 강 대표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통영 민들레누비의 누비 제품들. |
통영 민들레누비의 누비 제품들. |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새 수장 = 강 대표는 지난달 새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2년간 회장직을 맡는다. 그는 '화합'과 '활성화'를 약속했다. "단합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봐요. 사회적기업끼리 제 살을 깎기보다는 하나 된 모습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협의회 회원도 더 많이 확보하고, 회원들의 문제를 함께 극복하면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해에는 협의회와 지자체의 제품 구매 관련 협약, 1회사 1사회적기업 매칭 사업이 잇따라 진행됐다. 강 회장은 차근차근 결실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 사회적기업이 생긴 지 10년이라고 해요. 승승장구하는 곳도 있지만, 폐업한 곳도 많죠.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 스스로 노력도 해야겠지만, 협의회 차원에서 판로도 개척하고 매장도 활성화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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