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보다 공동체·지역공헌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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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회적 경제] (4) 우리동네 마을기업은?
지난 18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에 있는 경남 마을기업·사회적기업 상설매장(신관 D블록 3층 이벤트홀) 일대에서는 '2014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 언론인 간담회 & 홍보판촉행사'가 열렸다. 행사 이름대로 마을기업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마을기업 제품과 서비스 등을 지역 언론인과 지역민에게 알리는 자리였다. 언론인 참석이 미흡했던 점은 아쉬웠지만, 마을기업의 정체성과 경남지역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경남 권역별 마을기업 지원기관인 '길 있는 연구소' 김현정 대표가 '마을기업의 이해와 활성화 필요성'을 강연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마을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정리해봤다. 이번 행사는 행정자치부가 주최하고 길 있는 연구소와 경남마을기업협회가 함께 주관했다. 경남도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이 후원했다.
◇김현정 대표가 말하는 마을기업 = 합천군 초계면에 있는 하남 양떡메 정보화마을기업을 들어보셨나요? 2010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던 이 마을은 이제 인근 마을에서도 부러워하는 곳이 됐다고 합니다. 여느 시골처럼 나이 든 사람이 많고 벼농사 중심으로 비교적 낙후된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에 있는 경남 마을기업·사회적기업 상설매장에서 열린 '2014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 언론인 간담회 & 홍보판촉행사'에서 길 있는 연구소 김현정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
마을기업에서는 고령자 부양을 위한 농산물 가공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마을에서 수확하는 쌀, 콩, 양파 등을 활용했어요. 양파즙, 떡가래, 메주를 만들어낸 거죠. 줄임말이기도 한 '양떡메' 의미를 아시겠죠? 인근 창녕 등에서 많은 양파를 생산하지만, 이 마을에선 작업장을 증축하면서까지 품질 좋은 양파즙을 만들고자 애썼답니다. 또 위생건조실을 조성해 떡가래를 만들어 마찬가지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냈습니다.
'고령화 시대, 마을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 이 같은 고민을 엿볼 수 있어서 양떡메 마을기업의 활동은 의미가 있습니다. 수익금으로는 마을주민 전체 주 5회 공동 무료 급식을 한답니다. 함께 골고루 좋은 먹거리를 나누다 보니 마을 주민들이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정기 검진을 하던 보건소에서도 깜짝 놀랐답니다.
또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작업장 근처에 보이지 않아 주민들이 집에 찾아가보니 독감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웃 덕분에 할머니는 병원으로 갈 수 있었고요. 이처럼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주민 안녕까지 실현된 셈이지요.
상근 6명과 비상근 15명. 농한기 지역민을 수시로 고용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됐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양떡메 마을은 매해 합천군에 저소득층을 위한 떡 600㎏을 기부하고, 합천군 교육발전 기금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동체 회복'이라는 숙제 = 앞선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마을기업은 '마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금 마을에는 우선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는 도시에 몰려 있다. 마을을 포함한 지역경제는 활성화는커녕 도시로 흡수되고 만다. 주민 사이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개발의 손길은 여전히 마을을 덮치고 있다. 이제 분쟁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마을이 예전의 공동체와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을기업은 마을의 공동체 복원을 지향한다. 이는 마을기업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길 있는 연구소 김현정 대표는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치면 일할 기회가 지속하고, 지역 문제가 개선되고, 경험과 소득이 창출된다"고 말했다. 은퇴자, 경력단절 여성, 취약계층 등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민 스스로 특기와 적성을 발휘하면서 소득을 내고 지역이 발전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유한 지역성 살려야" = 행정자치부가 2010년 이후 희망근로사업 하나로 마을기업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 공동체를 육성하면서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형태다.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철학적 가치가 깔렸다. 최소 5인 이상 출자로 참여하고, 지역 주민 비율은 70% 이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기업이어야 한다. 마을기업이 지역사회 공동체로서 운영돼야 한다는 것도 원칙이다. 이 때문에 어찌 보면 까다로운 요건이 있다. 마을 주민 출자가 보조금과 자부담을 합한 총 사업비의 10% 이상이 돼야 한다. 출자한 주민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이루고, 특정 1인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의 합이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마을기업은 지역 특화 자연자원, 인적자원, 가공제품, 축제 등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 급식, 특산물 가공 등으로 마을기업은 어느 기업보다 지역 자원으로 일자리 등을 만들어내는 데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며 "이 같은 고유한 지역성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장 등은 대기업보다 밀릴지 모른다. 마을기업이 소비자를 만나기까지 어렵고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업보다 정과 지역공헌이라는 가치를 정신에 담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도 파급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첫해 5000만 원, 심사를 거쳐 둘째 해 3000만 원을 보조금으로 받는다. 사업 특성에 맞는 현장 전문가 컨설팅, 사업 능력 향상을 위한 단체 교육 등 혜택이 있다. 또 정부로부터 우수 사례로 꼽히면 마을기업 상품과 서비스 홍보·마케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모두 마을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틀을 닦아주는 의미다.
경남지역 마을기업은 89개. 지난해 기준으로 일자리는 649명, 연간 매출 약 58억 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경남 마을기업은 부진하거나 폐업하는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며 마을기업들이 경영 체제를 갖춰가면서 일자리 수와 매출은 점차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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