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가장 큰 과제는 판로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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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회적 경제] (3) 이한일 경남마을기업협회장
"자본이 만든 매장에 마을기업·사회적기업 상품 진열대를 만들자."
이한일 경남마을기업협회장이 인터뷰 내내 되풀이했던 말이다. 그는 판로를 개척해야 마을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농사를 짓던 그가 마을기업을 시작하고 유통업에 빠져들기까지 사연을 들어봤다. 지난 5일 김해시 장유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3층 경남 마을기업·사회적기업 상설 매장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쉽지 않은 길 = 이 회장은 배와 표고버섯 농사를 하던 때 옛 마산시에서 제안을 받았다. "무농약 친환경 농사였는데, 이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납품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농사도 계속 하면서 학교급식 관련 마을기업도 꾸렸고, 이제 5년이 됐네요."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해 '마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라는 마을기업을 2010년 시작하고 막상 운영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먼저 길을 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매번 힘들었죠. 그래도 시·도에서 도와줘 마을기업 일을 쉽게 풀어왔던 것 같아요. 조금씩 사정이 괜찮아지고 있고요."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어서인지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공급을 맡으면서 공적인 책임감도 생겼다고 한다.
경남마을기업협회는 2012년 즈음 꾸려져 이 회장이 두 번째 회장이다. 임기 2년인데, 내년 초까지다. 이 회장은 협회장을 맡으면서 박람회, 마트, 학교급식과 지자체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내겠다고 약속했었다. 마을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팔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마을기업 물건은 다 좋은데, 전시하거나 팔 데가 없어요. 박람회, 대형마트, 지자체 납품, 상설 매장 정도로 상품 진열대를 계속 늘려나가야죠." 개별 마을기업에는 부담을 주지 않고, 박람회나 매장 등 무언가를 구축해 수익을 내는 방법이 있었다.
◇작은 성과 = 지난 10월 진주남강유등축제에서는 전국 마을기업이 모여 박람회를 열었고, 4억 원대 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남지역 마을기업도 여기에 참여했고, 노력에 따른 좋은 결과였다. 얼마 전에도 작은 성과가 있었다. 장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한편에 경남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상설 매장이 들어선 것이다. 이 매장은 지난달 14일부터 운영 중이다.
매장은 경남도가 수수료 등을 지원해 만들어졌다. 규모는 264㎡(80평)로 아울렛 신관 D블록 3층 이벤트홀에 있다. 롯데도 협조했고, 우선 이달 말까지 운영된다. 경남도는 지난달 이곳에서 마을기업·사회적기업 농특산물 우수상품전을 열었고, 연이어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한 과일과 부각 등 먹을거리, 천연 세제 등 100여 개 품목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경남지역 마을기업·사회적기업 대표들이 만든 '경남친환경생산자협동조합'이 매장을 운영 중인데, 이 회장은 조합 이사장이기도 하다. 경남도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은 공동 후원자다.
김해 장유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 마련된 경남 마을기업·사회적기업 상설매장에서 만난 이한일 경남마을기업협회장. /박일호 기자 |
◇공동체가 우선 = 이 회장은 내년에도 매장을 꾸려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진열대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마을기업이 따로 매장을 차리는 것도 좋지만, 자본이 만든 진열대 안으로 들어가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뛰어든 거죠. '숍인숍'(Shop in Shop) 개념으로 대형 매장 속에 진열대를 만들자는 겁니다.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은 물건을 팔 데가 없어 매출을 못 내는 문제점이 있거든요."
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 개념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한다. "마을기업이 대표 개인의 소유물인지, 공동체 개념인지를 따집니다. 그래서 요새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는 게 까다롭죠." 마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이사 8명, 친환경 농산물을 주고받는 이가 40명이 넘는다. 이처럼 공동체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회원 70여 명인 경남마을기업협회라는 공동체 역시 이어져야 합니다. 마을기업을 운영하려면 아이템도 잘 잡아야 하지만, 사심이 없어야 하죠. 공동체를 잘 만들어 놓으면 사업도 이어질 수 있고요. 매장을 만들어 놓으니까 각 기업도 물건을 가져다 놓더라고요. 조금씩 팔리고 매출을 내면 서로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들이 공동체가 됩니다. 힘들어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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