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센터 예산은 0원, 그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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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예산은 0원, 그래도 간다” | ||||
인터뷰 - 강릉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상동 센터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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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민간주도 개소, 연중 280일 현장 뛴다
강릉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있다. 2008년 다른 시군보다 빠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로 알려진 강릉에서 참여와 자치는 얼마나 앞서 있을까. 실제 강릉의 마을만들기와 지원센터는 관의 지원과 주도보다는 철저히 민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그렇다고 민간자원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한사람의 열정적인 노력과 헌신이 강릉을 전국 마을만들기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거론되게 만들었다. 강릉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상동(45세) 센터장.
강릉에서 나고 자란 권 센터장은 고향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평범한 젊은이었다. 우연히 강릉경실련 후원회원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냥 서류 쓰는거나 도와달라”는 부탁에 경실련 일을 돕기 시작했다.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이 생각은 많은데 제대로 뭘 쓰지 못하고, 회계처리도 못하니 돈을 줘도 쓸 줄을 모르더군요.” 2004년부터는 아예 마을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시골마을인 옥계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태풍, 산불피해를 경험했다. 그냥 주민이 되어 밥먹고, 땀흘리고 울었다. 주민들의 신뢰가 쌓여 2004년부터 동네에서 면단위의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동네 ‘이장님’이 경실련 회원이 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으며 이웃동네에서도 기웃기웃 권상동 센터장의 활동을 궁금해했다. 면사무소에 가서 이장들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이장님 한분이 제 명함을 받고 5분 동안 가만히 있는거에요. 경실련 때문에 지역에 민원이 제기되 그 일로 지금도 ‘이가 갈린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 이장님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죠.”
어렵게 시작한 마을만들기 교육. 첫날 50명이 모여 최종 5명이 수료했다. 정말 시작은 미약했지만 성과는 눈부셨다. 2006년 행안부 살기좋은 지역, 2007년 강원도 ‘참살기좋은마을’ 모사업에 연이어 선정됐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오니 강릉시도 적극 관심을 갖게 됐고, 민간의 목소리도 커졌다. 시민사회연대회의의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10여개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강릉시는 마을만들기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2억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주민자치과 담당 공무원인 이민호 팀장과 이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전국의 우수사례를 돌아보기로 했다. 화천, 철원, 광주, 서울. 권 센터장이나 공무원 모두 주중에 각자 할 일을 마치고 금요일부터 주말마다 전국을 ‘뛰었다’.
“광주북구 지원센터에 갔죠. 담당공무원이 토요일인데도 나와서 설명을 해줬어요. ‘우리도 저런 지원센터 하나 만들면 좋겠다’싶었죠.”
그래서 2억원 중 남은 5000만원으로 2008년 마을지원센터를 시범운영해보기로 했다. 권상동 센터장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3월 센터가 문을 열었다. 첫해 권 센터장과 심윤보(46세) 부장은 1년 중 280일을 지역에서 살았다. 그만큼 철저하게 현장, 주민들과 함께 했다.
▲ 강릉마을센터 |
적은 예산, 열악한 상황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강릉마을지원센터는 올해 위기를 어렵게 이겨내고 있다. 작년 본예산 심의과정에서 올해 마을지원센터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2009년 5000만원, 2010년 4750만원, 2011년 4500만원. 빠듯했지만 꾸준히 배정됐던 예산이 강릉시의 높은 부채비율 논란 속에 사라진 것이다. 이민호 팀장도 권 센터장과 활동가들도 상처가 컸다. “여기서 그만하자는 얘기가 있었죠. 풀뿌리 활동가와 주민들을 모두 모아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을 했죠. 그 자리에서 심윤보 부장이 돈안받고도 가겠다고 했죠. 모두들 그럼 가보기로 했어요.”
결국 활동가들이 무급까지 결의하며 마을지원센터를 지켜낸 덕분에 강릉시 집행부에서는 추경에 예산을 상정하고 제대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운영해보기로 했다. 조례도, 예산도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올 한해를 힘겹게 이끌어가면서도 권상동 센터장과 강릉마을 현장에서 만난 활동가들의 표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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