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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10>성남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 즐거워 하는 활동이 마을을 바꾸고 삶의 자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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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 하는 활동이 마을을 바꾸고 삶의 자체가 된다 | ||||||||||||||||||||||||
마을이 돌아왔다 <10>성남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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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길순씨(60)는 성남 상대원시장 원다방 라디오 방송 ‘누님 늬~우스’의 DJ다. 이 라디오 방송에서 이씨는 3년째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동안 진행을 맡고 있다. 진행자뿐 아니라 방송국장, PD, 작가, 엔지니어 등 스태프는 모두 지역 주민들. 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것들도 모두 방송의 소재가 된다. 시장 상인들에게는 전파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 그 자체로 생활의 활력소다. 상대원시장이 라디오 방송국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 성남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재단은 상대원시장 외에도 아파트 단지, 공단, 골목길 등 동네별 특징에 따른 유형별 대표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종에 도시에서의 마을공동체 재생 프로젝트였던 것. 성남이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도시형 마을만들기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그 안을 들여다 봤다. ■ 지난 19일 상대원시장,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나른한 오후 시간. 정겨운 시그널 뮤직이 흐르고 DJ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일같이 상대원시장에 나지막히 울려퍼지는 소리다. 시장 한 켠에 자리잡은 원다방은 오래 전 시내 곳곳에 있던 다방의 향수를 자극한다. “‘상대원동 하면 떠오르는 게 뭐세요?’라고 여쭤보면 가장 많은 분들이 ‘그야, 원다방이지!’라고 대답했어요. 원다방에서 선을 보셨다는 분, 원다방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는 분 등등…. 원다방은 상대원동의 랜드마크였던 거죠.” 박승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의 말이다. 성남문화재단은 상대원동에 거주해 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채록해 책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원다방’이라는 공간이 상대원동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성남시민이라면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사랑방으로 꾸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새롭게 꾸며진 원다방에는 커피를 마시던 테이블 대신 상인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문화공간,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아내의 생일인데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 평생 딸 밖에 모르던 엄마에게 딸이 사랑의 편지를 낭독하면서 시장 전체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죠. 상인들이 워낙 바쁘다보니까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지만, 소통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미라 방송국장은 원다방에 대해 ‘소통의 매개자’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원다방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상대원시장에서 40년 가까이 고추기름집을 하고 있는 박헌수씨(66)의 얘기를 들어봤다. “상인들간의 관계가 정말 좋아졌어요. 방송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되다 보니 평소에 잘 몰랐던 이웃들을 알게 된 거죠. 그렇게 서로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이제는 시장의 발전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상인회도 만들었죠.” 그의 말대로 원다방은 상인들이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고, 쇄락해가던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재단으로부터 지원되던 방송국 운영 예산이 내년부터 중단되는 것. 이들도 이제는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 원다방과 같은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난 2006년 재단이 세운 5대 정책사업의 하나였다. 재단은 당시 이 계획을 세우면서, 사업주체로는 재단도 지자체도,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을 중심에 뒀다. 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15년간 진행되는 장기사업으로 짜여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1단계 3개년 ‘시민주체 형성을 위한 시범사업’에서는 동네별 특징에 따라 골목길, 아파트, 시장, 상가, 공단 등 5개 유형으로 분류해 각 유형별 대표 지역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태평 4동 ‘예술, 태평동에서 노닐다’, 은행2동 은행주공 아파트 ‘풀장환상’과 상대원공단 ‘콩닥콩닥 예술공단’, ‘원다방 사랑방 신나는 상대원시장’은 공공미술 영역과 주민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물론 성남 역시 시민을 사업 주체로 세우는데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상훈 문화사업부장의 설명이다. “초기 사업이었던 태평동의 경우 공공미술이 중심이었어요. 벽화를 그린다든가, 주민들을 이야기를 듣고 작가들이 마을을 예술작품으로 꾸미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프로젝트가 끝나서 작가들이 빠지니까 그 흔적만 남아있다가 그 흔적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졌죠. 주민들을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겁니다.” 태평동의 경험으로 재단 내외에서 주민들간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2단계(2009~2013년) 5개년 계획의 핵심은 ‘동네만들기 지원센터’를 통해 각 동네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네별 주체를 세우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동네만들기 지원센터 총감독을 맡고 있는 황정주씨의 말이다. “마을만들기를 하다보면 어느 해에는 풍성하게 활동이 이뤄지다가 또 어느 해에는 침체기를 겪기도 해요. 그런 과정속에서 마을 주체들이 지치기도 하고 마을을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 마을만의 노하우도 쌓이죠. 센터의 역할은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을 주체로 끌어 올리고, 그 흐름을 연결시켜주는 거죠.” 재단은 3단계가 끝나는 2020년에는 ‘창조시민’이 주체가 되어서 만든 ‘행복한 창조도시 성남’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가 재단의 5대 정책사업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사랑방문화클럽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담당했다. “자기가 즐거워서 취미 생활을 하고, 그런 활동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바꾸고, 더 나아가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면, 이러한 삶을 인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승현 부장에게 ‘시민들이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동호회’로 연결됐다. 동호회 찾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모두 1천103개를 찾았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시민들이 처음에는 친목클럽으로 시작했다가 배우는 단계인 배움클럽, 숙련도를 높이는 숙련클럽을 거쳐 자연습럽게 봉사를 하는 지역공헌클럽으로 발전한다는 것이었지요.” 조사결과 지역공헌클럽은 3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가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속성에 문제가 있었던 거죠. 생겼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겁니다. 여기서 공공이 할 일이 도출되는데, 클럽들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 클럽간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이었죠.” 클럽 지원을 위한 공모사업도 클럽간 네트워킹을 위해 5개 클럽 이상이 모여야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지원은 돈이 아닌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 음향, 홍보물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클럽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전문가를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또 재단은 클럽간 네트워크 강화와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화통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문화통화는 일종의 자원나눔이다. “예컨대 문화클럽들은 연습공간이 필요하고, 보바스병원은 환자들을 위해 공연을 해줄 수 있는 예술인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재단이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형태죠.” 이렇게 해서 문화클럽들은 보바스병원의 빈공간을 연습실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보바스병원은 매달 공짜(?)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재단은 문화통화의 개념을 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마을에서 진행되는 문화행사에 클럽들이 지원하고, 클럽들은 재단으로부터 자신들의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받음으로써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사랑방문화클럽은 성남의 마을들이 문화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 2단계 5개년 사업의 3년차를 맞고 있는 성남문화재단은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의 지점은 ‘과연 마을만들기가 문화예술적 접근만으로 가능하냐’는 것.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고요. 사업이 진행된 마을에서 수년에 걸쳐서 겨우 겨우 주체분을 세웠는데,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를 가시게 된거죠.” 이상훈 부장의 한탄처럼 하나의 마을에는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행정 등 다양한 부문들이 종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미쳐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통합형마을만들기’가 제안됐다. 재단은 이미 지난 연말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이 사안에 대해 포럼을 진행했고, 현재 내년 사업시행을 목표로 시와 협의중이다. 성남의 마을만들기 사업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관에서 진행해온 하향식 사업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도임에는 토를 달 이유가 없어 보인다. 여기서 관건은 어떻게 시민들의 주인의식을 끄집어내느냐가 되겠지만, 성남의 마을만들기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진화의 끝은 시민의 자치능력이 극대화되는 시점이 되겠지만, 이 사업이 멈추지만 않는다면 성남이라는 도시를 전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에 이름을 올려놔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un@ekgi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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