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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9.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마을 만들기의 한 방법으로서 커뮤니티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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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9.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
마을 만들기의 한 방법으로서 커뮤니티 아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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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양 시민들이 부러워져요. 어렸을 적 닭볶음탕이나 먹고 놀던 유원지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놀러왔는데 예술작품이 정형화된 공간에 답답하게 전시된 것이 아니라 물과 흙, 나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서 놀랐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손과 발이 닿는 곳에서 눈과 귀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유원지처럼 안양이 또 어떻게 변신할 지 궁금해지네요.” 안양예술공원을 찾은 관광객 강모(32·여·수원)씨의 말이다. 그의 감탄 대상이 된 안양유원지는 1950년대 천연수를 이용한 수영장이 있는 등 놀기 좋은 공간으로 70~80년대까지도 수도권의 대표 명소로 꼽혔다. 하지만 일제시대 만들어진 나무다리를 비롯해 기반 시설이 낙후되고 일대 지역 개발 등으로 관광객과 지역민의 외면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안양유원지가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이하 APAP)가 존재한다. APAP의 출발은 한 마디로 ‘도시 예쁘게 꾸미기’였다. 지난 2002년 안양시는 옛 안양유원지와 일대의 주건환경 개선사업 일환으로 ‘비산조각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다. 시는 삼성산 100여 평에 조각작품을 세우는 등 유원지를 야외조각공원으로 꾸며 누구나 즐겨 찾았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다. 하지만 2004년 여름, 이 계획에 강은엽 계원예대 교수 등 지역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문제제기를 했다. 다른 도시와 차별점이 없는 조각공원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었다. 강 교수는 당시 차별화와 주거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로 이영철 씨(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를 추천, 시가 이 교수의 제안서를 받아들이면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APAP로 변하게 됐다. 당시 제안 내용의 롤 모델은 지역 공동체를 예술로 되살린 일본 니카타현의 ‘에치코 츠마리 트리엔날레’였다. 에치코 츠마리는 농촌 주민이 3년마다 한번씩 예술작가들을 초청해 영구 작품을 설치하고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과정과 효과면에서 국제적 명성을 갖추고 있다. 시는 2005년 2월 비산조각공원 조성 자문위원단 대신 안양공공예술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사무국에는 시 문화예술과 공무원을 파견하고, 일본 전문가 그룹에 사업 기획 및 진행을 민간 위탁했다. 그 해 11월 5일 안양유원지가 새 이름을 얻었다. 지난 2009년 국철 1호선 전철역사인 역명 ‘관악역’에 부기(附記) 표기할 정도로 지난 세월의 인기를 재현하고 있는 ‘안양예술공원’으로 말이다. 443억여 원을 투입해 개장과 동시에 40일간 23개국 73명 작가의 작품 전시 및 영구 설치하는 한편, 안양천 주변 정리와 인공폭포·야외무대 등의 시설 구축 사업이 진행됐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APAP다. 제1회 APAP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 기획 및 진행을 맡고 있는 심혜화 코디네이터는 “첫 번째 APAP는 대규모 전시 비엔날레를 진행한 서울이나 전라도 광주 등에 비해 작은 도시 안양이 추진했다는 것에 관심을 모았다”며 “특히 관광입장료를 받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 작품을 고스란히 남기고 도시 미관을 동시에 정리하며 전적으로 시민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예술공원은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고 과거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APAP는 2007년에 두 번째로 열렸다. 프로젝트 실행 장소가 안양예술공원에서 벗어나 중앙공원과 안양역 부근 등 도심과 시민의 일상생활로 옮겨왔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하지만 2회에 걸쳐 APAP를 진행하면서 공통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예술가부터 진행팀까지 외지인 참여가 지나치게 높아 오히려 주인공이어야 할 지역 예술가와 시민이 소외된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회때에는 지역작가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전체의 10%로 높였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제대로 지역문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원성을 샀다. 또 하나의 문제는 APAP의 차별점이자 자랑이었던 ‘영구 작품 설치’였다. 2회때까지 시 곳곳에 설치된 작품 수만 88점으로 예상치 못했던 유지 관리 보수 비용이 시 예산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게다가 도심 곳곳에 작품을 설치하다보니 비용 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물이었던 설치작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열린 제3회 APAP는 기존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적 성격이 강해졌다. 지역민 참여를 높이고 영구 작품 설치보다 생활 속 예술을 지향, 즉 ‘커뮤니티 아트를 통한 마을 만들기’가 해결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서 마을 만들기와 짝꿍처럼 등장하는 커뮤니티 아트는 직역하자면 공동체 예술이다. 대상은 공동체 구성원 즉 시민이며, 목적은 이 공동체의 가치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에 3회 APAP에서 실행된 세부 프로그램은 지역민과 예술가들의 참여도가 앞서 진행된 프로젝트에 비해 높아졌고, 작품만 남는 아니라 주민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눈에 띄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심 코디네이터는 “처음에는 자연공간을 공원화 하고 생활권으로 나온 후 공동체 예술로 집중하는 등 APAP는 3회에 걸쳐서 정상적인 진화과정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여전히 남아있고 새롭게 도출되는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자체가 미래의 APAP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 커뮤니티 아트를 전면에 내세운 제3회 APAP는 23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물론 기존 프로젝트처럼 영구 설치된 작품도 있다. 컨테이너 구조물로 교육과 세미나를 할 수 있는 학운공원의 오픈스쿨을 비롯해 오픈하우스와 오픈파빌리온,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자율방범대 사무실, 자동차와 비닐이 결합된 움직이는 대형 예술공간 ‘방방’ 등이 그것이다. 설치물이지만 지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공미술과 차별점을 갖고 있다. 비록 지난 2010년 10월 개장 후 많은 이용자가 없고 관리 및 설치에 드는 비용 부담 때문에 활용할 수 없는 등 안타까운 상황일지라도 ‘나름 의미있는 설치작’이다. 무엇보다 제3회에서 주목할 것은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이 주체가 된, 지역의 공동체를 변화시켰던 프로그램들이다. 당시 김월식 디렉터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주민 등이 팀을 이뤄 ‘무늬만 커뮤니티’를 타이틀로 한 10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달초등학교 맞은 편 주거단지 사이에 세운 재활용 컨테이너 ‘플랫폼 거기 그곳’이 대표적이다. 유난히 재활용 자재를 수거해 파는 노인이 많다는 지역 특성을 파악한 후, 그들에게 재활용 물건을 리폼해 재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과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컨테이너를 설치 및 운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재활용 수거 노인을 동네 어르신으로 생각하는 변화가 이뤄졌다. 마을 분위기 변화를 경험한 주민은 예술가가 철수한 후에도 컨테이너를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에 표현, 지금도 차가운 컨테이너가 따뜻한 공간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또 윤현옥 작가가 안양2동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진행한 프로그램 중 시민이 민원을 노래로 풀어내는 ‘불평합창단’이 호응을 얻었고, 젊은 예술가 그룹 ‘오동팀’이 안양 5동에 머물며 폐가를 주민 사랑방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재개발로 서로 말문을 닫고 살았던 주민이 상처를 치유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 지난 10여 년간 커뮤니티 아트 도입...개선할 문제점 있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으며 변화한다. 중후한 멋을 풍길 수도 있지만, 변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 혹은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사람 뿐이랴. 인간이 사는 마을이나 그네들이 진행하는 사업 등 모든 것이 시간에 따른 변화를 겪는다. 지난 2005년부터 안양에서 진행된 APAP도 마찬가지다. 주거 환경 개선 개념에서 출발한 안양의 마을 만들기 사업인 APAP는 지난 10여 년간 커뮤니티 아트를 본격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진보 혹은 후퇴, 그 결과를 단정지을 순 없다.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개선해야 할 문제는 많다. 그럼에도 APAP를 주목하는 것은 마을 만들기의 한 방법론으로 커뮤니티 아트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경험이 전국적 사례로 대표성을 가질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안양이라는 작은 도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APAP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예술 행사로 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발굴 및 부여하는 커뮤니티 아트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특히 매 개최시마다 각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전문가 참여 그룹을 구성하다보니 지역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가 떨어지고 연속성이 부재하다는 것이 제일 크다. 다행히 시는 올해 안양공공예술재단에서 맡아오던 APAP 업무를 안양문화예술재단으로 이관, 공공예술팀을 신설해 팀장과 직원 2명의 상근 전문직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이 공공예술로 안양의 도시 이미지 변화와 정착시키기 위해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기존 프로젝트와 지역의 문제를 ‘솔직하게’ 찾아내 까발리는 것이 아닐까. 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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