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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살기 좋은 마을에는 ‘전문 코디네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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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살기 좋은 마을에는 ‘전문 코디네이터’가 있다. | ||
충남형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③ 일본의 사례 | ||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마을만들기)는 사회 저변에서 시작한다. 절대로 국가나 행정이 먼저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주거권을 우선하는 일본의 개발문화와 맥을 같이 한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일본 도쿄의 스미다구(墨田區)의 한 마을에서 ‘마치즈쿠리’ 사업의 일환으로 직선화된 이면도로를 낼 계획이었지만 수용되는 집 주인이 “그냥 살겠다”고 버텼다. 구청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집 주인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고, 도로는 우회했다. 마을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주민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때문에 마치즈쿠리는 주민이 주체가 된 커뮤니티 운동이며 주민 복지를 근본적인 목표로 삼는다. 한국식 개발 이익은 애초부터 관심 대상이 아니다보니 ‘지역 사회 재생’의 중심에 주민이 나설 수 밖에 없다. 행정은 그 다음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전문가 집단의 코디네이션이 가미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1970년대부터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행정기관과 전문가가 연계되는 마치즈쿠리가 보편화됐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꿈 꾸는 ‘충남형 살기 좋은 만들기 사업’의 좋은 롤 모델인 셈이다. 안 지사는 늘 ‘주민 스스로’를 강조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도 농촌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지사는 “(마을 만들기에)개입하기 보다는 기다려 주겠다. 대신하지 않겠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답은 도처에 있다. 농민 스스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삶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공기관은 주민들의 재정착과 주택 증가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전문가 집단은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본의 마치즈쿠리야 말로 충남형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 세타가야구의 사례=세타가야구(世田谷區)는 도쿄의 특별구다. 인구는 86만명으로 특별구 중에서 가장 많다. 이곳은 일본 마치즈쿠리의 신호탄으로 불린다. 1975년 목조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되자 재산권을 침해 당한 주민들이 반발했고, 구청 측이 주민 스스로 재정비 안을 내달라고 제안한게 계기가 됐다. 재개발에 무지했던 주민들은 구청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고, 구청이 수용하면서 재개발이 시작됐다. 주민과 행정기관, 전문가 집단이 협력하는 정비사업 방식에 일본 전역이 주목했고, 일본식 마치즈쿠리가 탄생했다. 이런 운영 시스템은 지금도 세타가야구청이 공익사업을 맡고, (재)세타가야구 트러스트 마치즈쿠리가 기술 지원과 조정을, 공익신탁 세타가야 펀드 운영위원회가 재정 분야를 담당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이 중 (재)세타가야 트러스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사노우미 요시하루(淺海 義治) 트러스트 과장은 “우리의 주업무는 주민 상담과 구청-주민간 의견 조율과 워크숍 진행, 신문이나 자료 발간 등”이라며 “마을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업 제안은 구청과 주민 모두 발의할 수 있지만 트러스트는 철저하게 조정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조정 역할의 폭은 광범위하다. 세타가야구 마을 만들기의 대표 사례인 기타자와 생태하천과 푸른길(綠道) 조성에서 트러스트는 주민참가회인 ‘기타자와 강 푸른길 만드는 모임’을 기획 운영했다. 또 워크숍을 열고 설계안에 대한 현장 실제 방문과 측량, 확인 투어, 이미지 만들기 등으로 효과적인 홍보를 담당했다. 적극적인 주민 참여는 당연했고, 더러운 하천은 생태하천과 푸른 길로 거듭났다. 이들은 현재 ‘사람·마을·자연이 공생하는 세타가야 생활’을 모토로 발견, 중개(仲間), 활기(元氣), 공생, 기부의 5단계 운동을 이끌고 있다. 발견은 마을의 자랑거리를 역사, 자연 등에서 찾아내 알리자는 취지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종 관찰 모임이나 투어,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나카마’라고 불리는 중개 단계에서는 녹색보전이나 마을 만들기 등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한다. ‘겡키’인 활기 단계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활기차게 만들기 위한 주민 주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공익신탁 형식으로 지원한다. 여기에는 기업 봉사활동이나, 대학생 인턴, 마을만들기 펀드가 제공된다. 공생은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집 앞 숲’, ‘시민녹지’ 등을 조성하거나 빈집을 지역 사회의 공공 시설로 이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기부는 녹색 보전이나 마을 만들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지원 활동이다. 트러스트 마치즈쿠리 재단의 경우 많은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아사노우미 과장은 “충남도가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에 성공하려면 우선 왜 코디네이터가 필요한지 공감해야 한다”며 “행정이 직접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발짝 떨어져서 전문가들의 자문과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즈오카현의 사례=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중산간(中山間)지역의 노인 및 재가 복지를 둘러싼 각종 문제가 제기돼 왔다. 중산간지역은 중간농업지역과 산간농업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토지 면적에서 차지하는 경작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임야 비율이 높거나 논밭의 경사도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젊은층이 빠져나가고, 인구감소와 고령화, 일자리 부족 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 자체가 소멸하기도 한다. 시즈오카현(靜岡縣)도 중산간지역 문제가 대두되면서 15년 전부터 ‘중산간지역 종합 진흥계획’을 추진했다. 눈여겨 볼 점은 지구를 나눠 각각 촉탁형태의 직원을 파견한 것이다. 파견 직원들은 지역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경제위원회와 행정 기관(특히 기초자치단체) 각 분야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오오카와(大川) 지구에서 활동하는 시마무라 히로미(島村廣美)씨는 “이곳에서는 연간 30명이 노령으로 사망하거나 도시부로 빠져나가면서 빈집 문제가 심각했다”며 “최근에는 도시부에서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재택 근무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즈오카의 다른 지구인 기요사와의 경우, 차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이었지만 주민과 촉탁직원, NPO의 역할로 지금은 레몬 산지로 탈바꿈한 사례다. 작황 부진으로 가장 고가의 차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고령화가 겹치면서 경작을 포기하는 집이 늘자 산간 기후에 맞으면서 산짐승이 먹지 않는 레몬을 심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 잡풀이 우거졌던 마을은 몇 년 사이 하얀 레몬 꽃으로 뒤덮혔다. 다마가와(玉川) 지구는 주민들이 산길과 들판, 임도를 달리는 ‘토레이루(trail) 러닝’이라는 마라톤 코스를 만들었다. 숲 가운를 뛰면서 자연의 느낌을 느끼는 마라톤 대회는 연간 2회가 열리는데 지역 출신의 유명 마라토너가 함께 뛴다. 행사 주최를 스포츠 관련 업체가 맡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도쿄·시즈오카=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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