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16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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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시에서 주최한 ‘서울특별시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 공청회의 현장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어 9월 22일 <거버넌스를 통한 서울의 도약>이라는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열어 성공적인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행정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만들기 분야의 중간지원조직에게 주어진 ‘성공적인 거버넌스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현장 논의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대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와 행정의 역할>세션에 패널로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집중한 이유로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을 꼽으며 시민들에게로의 권력 이양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의 미래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권한은 하나도 행사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수만명이 참여를 했는데 너무나 좋은 마스터플랜이 나왔다. 아이서울유 브랜드도 처음엔 맘에 안들었고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레딧에서 브랜드 본상을 받았다. 시민이 옳다는 반증이다. 집단지성으로서의 시민은 위대하다고 믿고 있다."
영국 채러티 퓨쳐스의 스티븐 밥 국장은 공동체로의 권력이양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을 짚어주었습니다.
"공동체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체를 얘기할 때 입안자는 주로 지역기반 공동체를 말한다. 그러나 지역 안에서도 장애인, 학습장애아 등 다양한 공동체가 있다. 입안자는 장소기반이 아닌 이런 특수한 형태의 공동체가 가진 입장을 간과하기 쉽다. 권력을 시민에게 이양한 결과 지역은 진보적이라 평가받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장애, 인종 등의 다양한 집단 모두에게 차별없이 권력이 분산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싱가폴 국립대학의 마이클 더글라스 교수가 서울시에서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제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자체장의 권한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안을 세우려 하지만 임대료에서 막힌다. 임대료 상한선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서울시장에겐 없다. 이것은 입법의 문제이기에 요구를 하고 있지만... 지방분권이 시작된지 20년 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아직 (지자체가 이런 권한을 갖는 것에)불신이 있다. 우리 서울부터 거버넌스의 측면에서 우수한 도시로 발전해 나간다면 전체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이클 더글라스 교수는 정부의 의식 개선을 성공적인 거버넌스의 필요조건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활동적인 민주주의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비효율적이어서는 안된다. 시민사회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시민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의 임정근 교수는 "경쟁과 선택의 원리로 돌아간 영국의 빅소사이어티는 실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변화의 주체로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특정한 소수의 손에 권력과 자본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은 한국의 마을만들기가 공모사업 위주로 돌아가 주민들 간 경쟁만 부추긴다는 성찰과, 마을기업의 이익을 소수 주민이 독점해 사유화되기 쉽상이다는 비판과 같은 선상에 위치합니다.
세번째 세션의 토론에서는 협치서울협약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우선 동대문구 찾동 추진단의 문종석 단장은 행정의 준비 미흡을 지적했습니다.
"마을담당 공무원이 4급이면 민간위탁대표는 6급이다. 여기서부터 동등하지 않다. 오늘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주최측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 행정 안에서 협치를 한다고 하는 신뢰, 내부 동의는 얼마나 되어있나. ... 구청장이 진행한 협치협약의 정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을 많이 보았다. ... 지역사회에서 협치라고 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협치의 실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은재호 연구의원 또한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시민사회가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해도 책임은 또다른 문제다. 유동적인 시민사회와 달리 공무원 개개인에게는 징계로 책임 지워질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를 하려고 할까? 그래서 행정 프로세스를 개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희망과 비판이 오고간 이날의 컨퍼런스를 통해 부각된 것은 다시, 원칙이었습니다. 다중지성으로서의 주민에 대한 믿음, 소수자에 대한 존중, 탈중앙과 탈경쟁. 다시한번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이 그려나갈 거버넌스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현장스케치를 마칩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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