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알고 싶다] 도봉구 지혜연 센터장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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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알고 싶다>를 알고 싶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는 한국마을지원센터협의회에서 기획한 시리즈 인터뷰 입니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는 전국의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을 찾아갑니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는 도시-농촌, 민영-공영의 다양한 활동가들을 이어드립니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의 인터뷰 대상자가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을 직접 지목합니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를 통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전해주십시오. ü <그 사람이 알고 싶다>는 활동가의 삶과 가치를 존중합니다. <그 사람이 알고 싶다>의 1회 주인공이신 광주서구 정의춘 센터장님이 두번째 주인공으로 도봉구마을지원센터의 지혜연센터장님을 지목하셨습니다. 정의춘 센터장님의 질문을 전해드리러,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이 찾아갔습니다. "언제나 맑고 밝은 지혜연 센터장님, 센터장님에게 마을만들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
Q. 먼저, 센터장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고향이 경남이라고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도봉에 자리를 잡으셨는지요? 마을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고 어떤 인연으로 도봉구마을지원센터장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군항제로 유명한 창원 진해 출신이고요, 98년도에 결혼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광진구에서 12년을 살았었고 도봉에서 산지는 올해로 6년째입니다. 도봉구립 쌍문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 지도사 일을 하다가 2012년 서울시에서 자치구별로 마을넷이 만들어질 때, 도봉마을넷 활동으로 마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다가 그 대상이 어른들로 확장이 된 거에요. 그러다가 도봉센터가 생기고 주민과 행정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2013년 8월에 이 쪽으로 오게 된 거죠. 사실 제가 갈 건 아니었는데, 기관장님들이 모여서 가위바위보하는데 우리 기관장님이 졌다고 하더라고요. 농담이고요. (웃음)
Q. 청소년 지도사로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닌데, 센터장님은 왜 지역에 관심을 가지신 건가요?
제 별명이 “미인”입니다. 미친 인맥! 뭐든지 필요하면 지혜연에게 연락해라, 이런 별명인데요, 원래 좀 오지라퍼, 매개자 역할을 잘 하는 기질이 있었습니다. 밖에서 활발히 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청소년 기관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했습니다. 남편이 결혼 전엔 이런 제 성향이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얼굴보기 힘들어져서 단점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Q. 2014년 2월에 도봉구마을지원센터(이하 ‘도봉센터’)가 개소되었습니다. 도봉센터의 설립에 얽힌 이야기와 센터 식구들 소개도 함께 부탁드려요.
도봉센터는 행정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요. 2010년 지금의 이동진 구청장 당선 이후 주민을 행정에 참여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거죠. 물론 그전에도 주민참여예산 등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직접 행정 예산을 가지고 지역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한다, 이런 개념은 없었거든요. 2010년도 당시에는 행정도, 주민도 마을만들기를 몰랐던 때였어요. 마을만들기가 무엇인지 교육부터 시작하고, 주민참여단을 꾸려 계획을 세워보고 실행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이게 행정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민간과 행정을 이어주는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에서 이런 지역사회 네트워킹 경험을 가지고 역할이 필요하던 차에 제가 하게 된거죠. 2013 8월 1일부터 구청에 들어와서 공간준비부터 했어요.
공간도 없고, 예산도 없었는데 모든 걸 바꿔나가면서 만들어나갔습니다. 처음에는 행정직 공무원과 함께하며 공무원시스템을 배우기도 했고, 일손이 부족해서 의회를 설득해 센터 컨설턴트도 배치받고, 뉴딜 청년활동가도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올해부터는 행정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판단해서 행정직 공무원과 청년활동가 없이, 마을컨설턴트 김진경씨와 공무원 정현혜씨,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마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호흡을 맞춰 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또 도봉에는 권역별 활동가 세 분이 지원인력으로 있어요. 마을지기 중에 좀더 마을 경험이 많은 분들이 마을지원활동가로 활동하며 주민들에게 컨설팅, 회계지원, 간단한 교육을 제공하는 지원단 역할을 하십니다.
Q. 도봉구의 마을공동체 현황 등 도봉구만의 특색을 자랑해주세요!
도봉구는 서울 최초로 행정주도로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곳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행정주도로 마을정책사업을 시작한 곳이에요. 서울시에서 마을을 정책사업으로 시작할 때 여기에서 많이 배워갔어요. 지금 서울시 사업이 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한테 배워가서 잘하고 있네’하는 뿌듯함이 들기도 합니다. (웃음) 민과 관의 협력도 잘 되고 있어요. 타 구에 비해 행정의 이해도도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환경적으로 보면 자연환경과 맞닿아있어서 그런지 좀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에요. 중구나 종로, 동대문 같은 도심보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주민들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 중심의 공동체가 많습니다. 많이들 베풀고, 사업관계로 만나도 정스러운 동네 언니누나동생 관계로 맺어지는 편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Q. 민간에서 행정으로 위치가 바뀌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 행정에 들어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같은 과의 옆 팀이 뭘 하는 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나한테 주어진 일만 하면 되지 내가 왜 옆 팀일에 관심을 가져야 되고, 옆 팀일을 도와줘야 되느냐’, 옆 팀 일은 모르는데 옆과 일은 알겠어요? 모르죠. 서로 무얼 하는지 공유가 안돼.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공무원문화에서, 우리 팀에서 굉장히 싫어하기도 했는데 다른 부서의 부탁도 들어주고, 도와도 주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건방질 수 있겠지만 행정에게 이렇게 서로 도우며 일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저에는 ‘주민이 중심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주민은 이게 공원녹지과 일인지, 환경과 일인지, 마을과 일인지, 교육지원과 일인지 모릅니다. 다만 ‘이건 우리 마을을 위한 일이야’라고만 알고 있지요. 이런 주민에게 “이건 제 담당이 아니라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또 한편으로는 행정에서도 마을이 중요해졌다는 점이에요. 다문화, 도시, 상가 모든 의제가 마을과 공동체를 제외하고서는 논할 수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과에서도 궁금해하기도 하고, 요청도 많이 들어옵니다. 그럴 때 저는 최대한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요. 앞으로 찾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동단위의 민관협력과제가 계속 늘어나고, 점점 더 행정의 입장에서도 거버넌스가 필요해질 거에요. 찾동 마을계획단 내 분과들이 단단해지면 동단위 거버넌스는 잘 될 거에요.
Q.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주민과 행정 모두에게 소외를 느끼는 활동가들도 있는데요, 지혜연 센터장님은 워낙 밝으시고 쾌활하셔서 그런 어려움이 전혀 없으실 것 같아요. 센터장님도 이런 고민이 있으신지, 이런 고민을 타개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반관반민의 저는 양쪽 다에게도 치일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저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든든한 응원군이자 지지대이고,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의 딱딱한 언어를 순화시키는 완충제에요. 서로 다른 주민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거죠.
거버넌스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그런데 거버넌스라는 것은 어느 한쪽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돼요. 협력은 양쪽 다에게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하는 거죠. 마을 활동이라는 것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한 활동은 아니지만 마을에서의 성과가 행정의 성과가 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봐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공무원 파트너가 마을사업을 통해 승진을 하는 등의 이익을 본다면 그 속에서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중심주의로 가지 않도록 센터가 중심을 잘 잡아야겠지만요.
Q. 많은 공동체가 민과 관의 힘의 불균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정이 주민을 파트너로 보지 않고 그저 사업대상자로만 대한다는 비판인데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주민들의 역량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봐요. 요즘 공무원들 굉장히 똑똑하지요. 이런 공무원들과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난 집에만 있어서 몰라요’ 하는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도 깨어나 길을 찾으면서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자산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먼저 이만큼을 마련해놓고, 행정에게 당당하게 제안하는 거죠.
도봉구 ‘숲속애’가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주민들이 먼저 폐허를 찾아내고 활용할 계획을 세운 후에 행정에 방제작업이라든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며 생태공간을 만들어냈죠. 스스로의 자산을 마련하고, ‘우리가 이만큼 마련했으니까 너네도 이만큼 해줘, 너네한테도 필요한 거잖아’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주민들이 먼저 협동하기란 어렵죠. 특히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협동할 필요성조차 느끼기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중간지원조직이 지원을 해야죠. 문제의식을 느끼는 주민을 발굴해내고, 연결시켜서 주민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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