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 1부 <국유와 사유를 넘어 시민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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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의 자활 가능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임대료 상승 문제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내몰리기)’이라는 말로 한국사회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와 심포지엄이 연달아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진행된 발표와 논의를 2부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 1부: 협치정책토론회 <국유와 사유를 넘어 시민자산으로!> 주최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 2부: 심포지엄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주최 서울연구원, (사)한국공간환경학회 |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 기획 1부 협치정책토론회
<국유와 사유를 넘어 시민자산으로! 시민자산화,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서울시지역공동체담당관에서 주최하고 서울시마을공동체위원회와 협치서울추진단이 주관한 <국유와 사유를 넘어 시민자산으로!> 협치정책토론회는 민관 협치를 중심으로 어떻게 시민자산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자리였습니다. 지역에서 공동체자산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온 △오늘공작소, △함께주택협동조합,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 전하는 현장 경험과 한계를 공유하고, 민관협치의 관점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하는 지정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 오늘공작소 신지예 대표 <청년예술가의 자립터전만들기>
“오늘공작소는 1인 청년가구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마포구 망원동에서 주거실험을 진행해왔습니다. 비어있는 노후주택을 빌려 수리하고 다시 청년예술가들에게 시세의 60%로 제공하는 임대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임대형태로 공간을 빌리고 있다는 점, 언제든지 재건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자산화의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고, 빈집만 약 1만 5,000여 채에 이릅니다. 1%대에 머무르는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소액예금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투자조합, 법인, 신탁 중 어떤 형태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시스템을 만든다면 집주인, 투자자, 청년예술가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시민자산화라는 것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시스템을 구체화하기 위해 1년 동안 지역단체, 지역주민, 청년예술가, 부동산 전문가, 변호사, 재개발조합장을 만났습니다. 시민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빈 노후주택을 비영리법인의 형태로 구매하고 소유한 뒤 청년 예술가 등에게 지역평균 임대료의 약 80%의 가격에 공급하고, 시민투자자들에게는 월 3%, 투자금의 3%를 넘지않는 현금배당이 매월 지급되는 법인의 형태로 운영하는 상이 나왔습니다. 작년부터 행정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성과달성률이 16%에 그친 빈집프로젝트, 민관파트너쉽형 주택공급사업도 시민자산화 조합, 혹은 법인이 구성된다면 집주인들도 쉽게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훨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함께주택협동조합 박종숙 대표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으로 자산화하기>
“함께주택의 목표는 적정주거비용의 책정, 안정된 거주기간의 확보하여 안정된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반조합원, 거주조합원의 출자를 모아 주택을 매입하고, 매입한 주택을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형태의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모자라는 돈은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을 통하기도 하고 해서 융자를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나타납니다. 사회투자기금은 5년이라는 이용가능 기간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5년이 지난 후에는 억단위의 융자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융자금을 내기 위해 조합원들의 월사용료를 올린다면 우리의 설립목표와 반하고, 주거비용의 안정을 갖추면 조합의 지속가능함은 약해집니다. 그래도 다른 집주인의 집에 사는 것보다 이런 조합주택에 살았을 때 내가 내는 월세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을 부여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정성과 공공성을 함께 이루기 위한 시도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서울시에게 빈집문제, 거주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사업들을 제안했던 것은 우리가 협력자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사업대상자이더라고요.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관의 도움없이는 사업을 진행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주택은 근본적인 우리의 목적을 환기하며 그래도 공공과 무엇을 함께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려 합니다.”
◎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 김성섭 이사장<도심 속 마을공간의 위기와 고민>
“소금꽃마을네트워크에서 주민커뮤니티 카페를 운영한지 5년 째, 지난 5월 명도소송이 날아왔습니다. 3,000만원에 29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었는데 계속 있으려면 1억에 350만원을 내라고 하고, 못받아들이면 옛날처럼 건물을 원상복구하는 비용으로 1,0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휑했던 이 지역을 우리가 갈고 닦았는데, 이 공간을 포기할까, 아니면 이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가 뉴타운 재개발 열풍을 앓고 있어서 어디 비집고 들어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 마을을 떠나기에는 우리가 만든 것이 동네의 관계망인데, 여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활동인 것이지요.
공간 안정화를 위한 후원파티 같은 자구책을 마련해보았지만 부족했기에 서울시 정책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공동주택, 로컬펀딩, 더불어민주당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까지 모두 살펴봤지만 마을공동체에게는 너무나 멀리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러던 와중에 15년 12월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이 발표되었고, 16년 1월에는 서울시 상가임차인보호조례 제정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199억 투입하기로 한 지역정체성보존을 위한 앵커시설 확보는 어떻게 하기로 했고, 운영 예정이었던 서울형장기안심상가 공모는 시작되었는지, 모두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 매달리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공동체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세 조직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스템적인 개선,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관의 적극적 개입과 파트너쉽이었습니다. 이어진 지정토론은 유창복 서울시 협치자문관의 사회로 앞선 세 조직의 대표자와 △정기황 상임연구원(문화도시연구소), △양동수 변호사(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문진수 원장(사회적금융연구원), △전은호 지원관(협치서울추진단) 총 7명의 패널이 참여하여 진행되었습니다. |
◎정기황 상임연구원(문화도시연구소):도시이용권과 도시계획권은 시민들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지요. 오히려 서울시 사업이 우선하고 거기에 시민들이 맞춰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인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거정책이나 주택사업은 복지정책으로 공공에서 해야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하고 있지요. 이걸 생각하면 이런 사업을 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나 수익성에 대해서 편의를 봐줘야 하는데 오히려 너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겁니다. 반면에 공유지를 거대 민간 자본에게 상업적 이용을 하게 하는 건 너무나 쉽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이미 죽을랑말랑 하는 공동체에게 나열하는 서울시의 대책들은 뒷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 곳에서 뭔가 해결을 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양동수 변호사(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시민자산이라는 개념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시민이 공간을 소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근거를 가져야 할까, 공공적 가치에 대한 논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공간 확보에 대해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기 보다는 지금 가능한 구조들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거기에서 우리가 모델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에서 쓰이고 있지 않은 철도부지, 도로부지 등 주거가 아닌 공간이어도 주거로 활용하고, 앞서 신지예 대표의 빈집이나 고시원 모텔 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금조달에 관해서는 지금 지역별로 만들어지고 있는 기금을 통합적으로 만드는 구조가 나와야할 것입니다. 이미 자본시장은 저금리 이기 때문에 이 분야로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 터주는 역할을 서울시의 보증으로 해결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기금들이나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가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곳에 투입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금이나 신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은 우리가 금융기관에 이자를 주느니 차라리 우리 스스로 투자자가 되고, 또 동시에 거주자도 되는 구조를 시민들이 만들어나가자는 것인데, 소셜펀딩이나 공동체 공익신탁기금 등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이런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진수 원장(사회적금융연구원):공동체의 미시적인 활동태를 계획함에 있어 거시 경제의 흐름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디플레이션이 시작되어 구조적인 저성장, 저금리가 계속되는 장기불황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부동산의 하락과 함께 지금의 청년난민보다 더 심각한 중산층 중년층 난민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함께주택처럼 빚을 뒤로 미루는 방법보다는 민간의 소액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배당을 돌려주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저금리의 시대에 사는 대중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착한 건물주가 많이 생기면 되는 윤리적 문제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제도적, 법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은호 지원관(협치서울추진단):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단순히 사업 사례를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새롭게 공간의 가치를 규정을 하면서 주거든 상가든 커뮤니티 시설이든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가치를 잘 들어내기 위해 우리 시민들이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공동체들이 각자 활동해서 안됐다면 이젠 함께, 특히 공공기관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 자체가 주체가 되어 시민자산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본의 씨앗을 모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을 가지고 자산화를 시도할 때, 행정과 시민, 시민과 자본이 서로를 신뢰하며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산화 조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돈벌기 위한 돈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돈을 만들기 위해 개별적인 해결방법은 어렵고, 단체적인 대응으로 규모의 효과를 노려봐야겠습니다.
<청중발언> 나동혁(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제가 활동하는 마포구에서 온갖 정책들이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입니다. 주거인이든 상인이든 예술가든 활동가든 모두 다 쫓겨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행정의 파트너로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이미 쫓겨나고 있습니다. 민이 가진 힘은 지금 시작하는 단계이고, 관은 이미 힘을 가졌지요. 힘의 균형관계가 이미 맞지 않는데 자꾸 우리에게 협치를 요구합니다. 마포구는 저희를 대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요. 서울시의 좋은 정책들이 마포구에선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힘의 불균형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난 후에 개입해야 할 것입니다.
<발제자 한마디>오늘공작소 신지예 대표: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 문제인 만큼 시민자산화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문제는 부동산 정책으로 풀어야지요. 지역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주거권보다 소유권이 강하게 보호받는 현실 때문입니다. 주거권이 훨씬 더 강하게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뜯어고치고 나서야 지역자산화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해결보다 30년, 40년 이후의 사회를 그리면서 대안을 고민해야겠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협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첫번 째 정책토론회인 만큼, 주거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 제시가 포괄적이고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정토론회의 사회자인 유창복 서울시 협치자문관의 제안으로 젠트리피케이션과 시민자산화에 대한 후속 토론회 개최가 결정되며 정책토론회는 마쳤습니다. (2부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 후기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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