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알고 싶다] 대전 강영희 센터장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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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강영희 센터장님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대전, 그리고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 지원센터(이하 ‘대전센터’)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초등학교 5학년에 이사와서 40년 살았어요. 대학까지 대전에서 나오고. 85학번으로 학생운동도 했었고 노동운동을 이어 하다가 임신하면서 집에 있게 됐죠. 그렇게 동네에 있으니 이제 동네 꼬맹이들이 보이잖아요? 제가 원래 교육에 관심도 많았거든요. 동네에 애들이랑 엄마들 모여서 책 읽고, 여행 데리고 가고 하다가 2005년에 주민들과 함께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어요. 만들고 나니까 이게 도서관 한 개로는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하고, 또 어린이 도서관이 한해한해 여기저기 생기니까 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만들고. 그러면서 느꼈던 건 주민들이 마을에서 한 3년 정도 활동을 하고, 성장한 뒤 다른 운동을 찾아 나서는 걸 보면서 활동비나 교육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풀뿌리활동가를 지원하는민간중간지원조직인 ‘풀뿌리사람들’을 만들게 된 거죠. 그리고 작년, 2015년부터 여기 오게 됐어요.
Q. 대전센터의 식구들 소개도 부탁드려요.
가을엔 현장 업무가 많아서 지금 없는 직원들이 많은데요, 먼저 임효진 기획운영팀장이 저희 내부 살림을 맡아서 하는 친구고 또 가장 오래됐어요. 풀뿌리사람들에서도 회계를 했었고. 장용석 공동체지원팀장은 원래 기업을 운영하다가 법인을 거쳐 센터로 왔는데 자원을 연결하는 것에 굉장히 탁월해요. 마을지원팀에 김수왕 활동가는 노동조합, 건강보험운동 오래하다가 오신분이고, 권인호 활동가는 홍보 주로 맡아서 저희 웹자보는 거의 인호씨가 다 만들어주세요. 김영진씨는 이제 마을 사람들이 처음 모이는 단계에서 저희가 꼭 진행하는 커뮤니티 맵핑의 전문가에요.
Q.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대전의 특징과 대전 마을만들기의 특징을 꼽아주세요.
‘얌전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 실제로 대전이 액티브하지 않아요. 우리끼리는 ‘자연재해가 없어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역사적으로 민란 이런 것도 없었고 진짜 얌전해요. (웃음) 그런데 이걸 이제 행정으로 연결 지어서 보면, 대전 공무원들이 중앙의 정책적 흐름에 대해 정말 둔감하고 느려요. 마을공동체 관련해서도 그렇고, 사실 도시재생도 지금 전국적으로 얘기 나온지 꽤 됐잖아요? 시민들이 아무리 도시재생 얘기를 해도 꿈쩍도 않다가 중앙정부로부터 도시재생특별법이 내려오니까 조례 만들고, 도시재생본부도 생기고…
대전 마을만들기의 특징을 보자면, 기존 공동체들과 마을만들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동체가 잘 만나가고 있다는 거에요. 기존에 잘 되고 있던 공동체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위원회 같은 법적조직과 마을만들기가 축제 등을 통해서 큰 갈등 없이 만나고 있는 게 우리만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서로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나가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지만요.
Q.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 지원센터’, 주민들이 어려워하진 않나요?
맞아요, 이름 때문에 엄청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주민들한테 ‘사자센터’라고 소개해요. 많이들 그렇게 알고 계시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외부에서는 이 이름을 좋아한다는 거에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처음 해야 하는 것이 지역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이론적, 철학적 논의잖아요. 그러니까 문의전화도 많이 오고, 연구자들도 근본적인 철학을 담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좋아하더라고요. 그래도 전 바꾸면 좋겠어요. 이름을 통해서 펼쳐지는 철학적 담론보다 사업과 조직으로 펼쳐지는 영향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Q. 대전센터의 근황을 들려주세요!
사실 대전센터가 지난 봄이 위기였어요. 도시재생지원센터로 통합논의(흡수통합)논의 속에 봄 내내 에너지를 쏟았어요. 앞서 말했듯이 도시재생특별법이 중앙으로부터 내려오고,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주민의 자발성을 통한’이라는 특별법의 한 문구 때문에 우리가 거기로 통합될 뻔 한 거죠. 물론 마을공동체도 도시재생과 맞물려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억지로 욱여 넣다간 주체적 주민공동체는 커녕 2~3년차 주민조직이 깨질게 뻔히 보이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죠. 답답한 게 그런 거에요. 종합적인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도, 담당자도 모르게 센터 주무 부서가 자치행정과에서 도시재생본부의 공동체계로 바뀌고 인원도 축소되고, 이런 것들이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올 봄 내내 시장님, 의원들 면담하고, 담당자들 만나고, 이 와중에 별 얘기 다 들었어요. 센터 이미지도 계속 싸우는 이미지로 기울고.
그 동안 대전센터가 ‘지역공동체활성화조례’가 아니라 ‘사회적자본지원조례’에 근거하고 있었던 것도 이런 혼란에 한 몫 했다고 봐요. 그래서 올해 마을활동가, 교수, 시민단체 등 100여명을 모아서 ‘지역공동체활성화포럼’을 만들어서 모이고 있어요. 내년 3월엔 지역공동체활성화조례를 제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례제정 이후 체계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가려구요.
Q. 이렇게 어려운 거버넌스,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시스템과 역할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거에요. 위탁을 누가 받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주민을 지원해나가는 센터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죠. 이것만 확실하면 행정으로부터 받는 충격은 크게 줄어들 거에요. 사실 중간지원조직의 짧은 역사에서도, 굉장한 발전이 느껴지거든요. 오히려 공무원은 임기로 인해 늘 바뀌니까 오히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거죠. 물론 예산이 깎이거나, 우리의 우선순위가 행정에 의해 바뀌거나 할 순 있지만 결국엔 흐름은 우리 의견대로 가니까요. 전체적인 방향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공무원과의 관계는 오히려 지원기관의 역사가 흐르고 노하우가 쌓이면 금방 또 바뀔 거라 봐요. 시의회에서도 저희 사정을 잘 알아요. 오히려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주니까요. 내년에 조례가 제정되고 나면 다시 센터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을 하려고 해요. 또 우리 같이 마을기본법도 만들고 있으니까. (웃음)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든 게 있어요. 우리 직원들은 주민들과 활동을 하고 싶고, 흐름을 만들고 싶은데 행정문서 작성업무가 너무 많고, 여기저기서 빽데이터 요구도 … 그래도 이젠 우리 나름대로 행정을 대하는 노하우를 쌓기도 했고, 밖으로는 네트워킹을 통해 또 다른 길을 찾고 있기도 해요.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을 묶어서 만든 ‘마을활동가포럼’ 이라는 당사자 조직을 만들고, 더 나가 ‘구별넷’이라는 구별네트워킹단위를 만들고, 그 안에서는 유관기관들과의 네트워크도 일어나고 있고…. 이렇게 사람들을 모아서 활동을 조직하니까 구청에서도 이 흐름들을 보고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요. 계속 이렇게 역량을 쌓아 나가야죠.
Q. 개소 3년차를 맞이한 대전센터, 가장 자랑하고픈 성과 한가지만 꼽는다면?
사람을 조직한 것이요. 크게는 마을활동가포럼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했고, 청년고리 같은 청년 조직도 구성지원했어요. 이 둘은 이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어요. 재정적인 자립은 아직 어렵지만, 저희 지원이 없어도 스스로 운영이 가능한 조직이 됐어요. 저희 센터는 처음부터 목표가 주민조직을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사업을 지원하되, 조직화 하는 것.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요.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에요. 이념적으로 다른 분들이 모여서 껄끄럽기도 했고. 여기에서 저희가 고집했던 게 첫째는 ‘모이자’사업처럼 첫단계 진입하는 공동체 교육은 저희가 직접 주민분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었어요. 그 속에서 친밀해지면 다른 사업을 할 때 쉬워져요. 그리고 둘째는 구별로 조직화하는 것. 아무리 예산이 없어도 공모설명회, 사업 간담회 등 구별로 진행했어요. 그러면 그 단위에서 자기들끼리 친해지고, 다른 구에 구경가고 하면서 자원 연계가 자발적으로 생기는 거에요. 이렇게 구별 네트워크를 만드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지금 대전센터의 직원은 여섯 명인데, 구 단위까지 일일이 관리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
직원은 저까지 6명인데, 그것도 마을공동체와 공유로 나뉘어져서 각각이 다섯개의 구를 관리해야 하니까 실제로는 더 힘들죠. 그래서 저희는 모든 사업에 기획단을 만들어요. 그리고 마을활동가들을 멘토로 활동하게 했어요. 모든 사업에 기획단을 만들고 일을 한다는건 이미 결재가 난 사업계획서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기획단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기획단이 마을활동가이다보니 알아서 홍보와 조직을 해주거든요. 기획단 운영이 잘된 사업과 안된 사업은 사업결과에서 표가 나요. 그리고 멘토활동을 하면서 공동체를 잘 챙겨요. 행정적으로는 1회만 멘토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3,4회씩 가시거든요. 그분들과 함께 마을을 계속 도는 거죠. 기획단을 모집하는 것도 쉽진 않지만, 저희가 그 동안 지원했던 작은 공동체들에게서 기꺼이 도움을 주시죠. 그러다보니 야근이 많아요. 회의록 작성 등 행정적인 것은 저녁에 해야 하니까. 대전 시민사회에 소문 났어요. 사자센터 야근 많다고… 최근에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웃음)
그런데 이런 물리적인 한계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마을활동가의 역량성장을 어떻게 지원할것인가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구별로 마을지원센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 막상 구별로 지원센터를 만들어져도 이걸 누가 운영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조급해요. 마을활동가의 역량은 금방 크는 게 아니고, 특히 행정력이라는 분야에서, 고민이 돼요. 행정력이라는 게 문서 다루는 기술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을 만나고, 자원을 연계하고, 행정과 밀고 당기는 감각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이번에 마을활동가들과 함께 구 행정감사 모니터링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20여명을 사전 워크샵을 했어요. 더디지만 이렇게 직접 해보면서 학습해 나가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Q.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전센터에서도 ‘공유’를 중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전센터의 ‘공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공유는 지금 시장님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에요. 시민사회에서 정책제안 한 것을 받아서 하게 된 건데, 힘들어요. 저희는 마을공동체를 강화하는 ‘공유네트워크’을 주장한 건데 대전시에서는 마을공동체와 공유를 별도의 영역으로 보고 있거든요. 공유네트워크 사업으로 마을기금, 마을공간을 만들자는 얘기를 하는데, 이건 ‘마을’이 들어가니까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생각해요. 공유네트워크로 설득이 잘 안되죠. 또 공유서가는 사실 마을어린이도서관이 제일 잘 하는데도 공유서가와 마을어린이도서관활동을 별개로 생각하고…. 희안하죠? 일단 시장이 공유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고, 담당자도 마을과 다른 영역으로서의 공유, 이에 대한 성과를 요구해요. 1년 내내 서로 이해를 할 수 없었죠. 그래도 내년에는 공유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시 사업이 확대될 예정이에요.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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