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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새로운 물꼬 - 순천 마을만들기 운동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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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새로운 물꼬 - 순천 마을만들기 운동 현장을 가다.

이글은 순천마을만들기 사례를 탐방후 정리한 내용입니다.
순천마을만들기 핵심활동가인 양효정(순천시 공무원), 김석(순천YMCA)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마을만들기운동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였습니다.



새로운 물꼬를 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2002년을 기억한다. 전세계가 놀란 거리응원의 물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월드컵 4강 신화 등 당시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던 놀라운 일들이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내 화산처럼 분출하는 경험을 하였다. 말 그대로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월드컵 기간 만큼은 남녀노소, 종교, 지역, 학벌을 떠나 모두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16강, 8강, 4강으로 이어지는 한편의 드라마에 모두가 열광했다. 불가능할 것만 갔었던 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는 말일 것이다.


순천 마을 만들기 사례를 보면서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중요한 키워드는 '꿈'이었다. 한사람의 꿈이 지역주민의 꿈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다양한 움직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경계할 것들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일상의 삶(생활세계)에서 함께 꿈꾸는 것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순천 마을 만들기 사례도 마찬가지다. 한 두명의 뛰어난 시민운동가의 꿈과 비젼만 부각하거나 잘 포장된 성과에 생각이 머무를 경우, 똑같은 오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수히 많은 지역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마을 만들기 운동이 시도되었지만, 실제 성공사례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마을 만들기 운동의 핵심이 사람의 변화를 통한 지역의 변화를 꿈꾸기 것임에도 실제로는 외형적인 성과나 사업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순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핵심은 마을만들기 운동 프로그램이나, 활동성과 보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힘으로 지난 6년간 지속할 수 있었는지, 주민역량강화(임파워먼트 구축)의 방법과 비젼은 무엇인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등일 것이다. 핵심요소와 과정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향후 시민사회운동이 가야할 길과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차원에서 순천 마을만들기 운동사례는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 없는 지방자치시대, 주민찾기


1991년 지방의원선거를 시작으로 1995년 민선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지 15년이 지난 지금, 지방자치 현주소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외형적으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권한이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신장되었지만, 껍데기를 벗겨보면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는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민사회단체도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분출된 사회변화의 욕구와 맞물려 정치적 정당성 획득의 시기로부터 사회적 정당성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를 거치면서 ‘시민사회’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 몰리면서 서민생계기반 붕괴, 자살, 노숙, 가족해체, 결식의 급증 등으로 이어지는 한편, 세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의 확산 등으로 개발지상, 국가주의적 사고가 팽배해가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서 시민운동 위기설은 2000 총선시민연대 활동 이후 점차 고조되어 시민단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국 시민사회 전체에 던져진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흐름속에서 순천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시작은 이러했다.


2003년부터 순천시에 주민자치센터 설치 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무원 내부로부터 TF팀이 구성되었지만 1999년부터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했던 타 지역사례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가급적 주민자치센터 설치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하지만 공간의 변화보다는 기능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시범사업으로 3개동을 선정해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였다. 이듬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민교육을 시작했는데, 당시 선행 사례였던 광주YMCA 좋은동네만들기 시민교육 강사를 모셔 사례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 이때까지 담당 공무원이었던 양효정(
현 자치행정과 정겨운 마을 담당 주사)은 이런 교육을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지역시민단체들이 주민자치센터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시민단체는 항상 큰 이슈나 사안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곳으로 보았는데, 2005년 시민교육 예산을 세우다 보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지역 일을 하는데,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타지역 사례를 출력해서 순천YMCA에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담당 과장님도 시민단체와 자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어요. 이후 주민자치라는 주제로 민관이 공동으로 순천 포럼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2005년 3월 2일 첫번째 포럼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순천YMCA 김석부장과 의기투합해서 타지역 사례 견학을 다니면서,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를 준비하기 위한 학습모임인 주민자치연구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광주YMCA에 지원을 받아서 주민자치대학이라는 이름으로 2년 동안 교육을 하게 되었어요.


순천 마을만들기 운동이 시작되게 된 배경을 보면 여타의 지역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있다. 보통의 경우 지역 시민단체의 요구로 사업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순천의 경우 순천YMCA를 중심으로한 시민사회단체가 지방자치운동에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 제안은 공무원으로 출발 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관이 함께 주민자치연구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사례견학 및 내부 토론을 통해 학습모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만하다.


당시 담당 공무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민관 파트너쉽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시점인 2005년 순천시장 비리문제로 YMCA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사업백지화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끈질긴 설득으로 사업이 다시 살아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 학습모임을 통한 신뢰관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만들기 운동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학습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주민자치를 고민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학습모임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마을만들기운동의 핵심인 사람만들기(주민지도력성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을만들기운동에서 학습조직은 큰 의미를 갖는다. 마을의 이모저모에 관한 문제는 마을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다만 주민들은 생각을 모아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일에 익숙해 있지 못한 것 뿐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학습조직운영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과정은 본질적으로 학습이고, 주민참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이 함께 실천하는 과정을 학습이라 말하는 것은 주민들이 함께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발아되고, 서로의 생각이 모아져 더 좋은 방법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순천마을만들기 운동의 핵심 활동가인 김석(순천YMCA 시민사업부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주민자치대학을 하다보니, 동네 핵심일꾼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4-5명 정도 됐는데, 주민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우선은 핵심일꾼을 대상으로 2달 정도 학습모임을 가졌지요. 학습의 방법은 견학을 기본으로 하고, 대상은 순천과 비슷한 지역을 선정해 다녔어요. 주민교육을 통해 서서히 변화의 과정이 나타나겠지만 바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한사람을 놓고 보면 변화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일하는 방법을 어떤 식으로 찾게 할지, 어떤 식으로 결정하고 추진해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갖다보니, 강의형 교육보다는 참여형 교육방식이 더 맞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어요. 참여자들도 강의형 교육보다 참여형 교육에 익숙해져서 교육하면 본인들이 직접 무언가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을 통한 변화라는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익숙해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행동양식이 변하는 것이지 생각자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으로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마을 만들기 운동에 있어서 학습의 목표를 주민자치에 기초한 공동체 정신을 고양하고,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리더쉽과 파트너쉽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두가지를 합해서 주민자치역량이 충만한 사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마을 주민이 참여해 동네 전체가 배움터라는 인식을 함께 갖는 것, 이것이 마을 만들기 운동의 시작이고,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 마을만들기 운동의 상상력 키우기


최근 지역 시민운동의 흐름은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풀뿌리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을 만들기와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이 양적인 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담장허물기로 상징되었던 마을만들기운동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초기적 모습을 넘어서서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만들고 관리하는 노력, 즉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 만들기로 나아가고 있다.


순천 주민자치대학을 통해 수많은 마을 의제와 정책이 쏟아졌고,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과는 선정된 과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과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하지만 2005년 실천사업 결과를 보니, 대부분 꽃밭 조성이 주를 이루었고 마을의 특성을 살리는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다시 주민자치연구회를 통해 이 문제를 토론했고 그 결과 동네 분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을의 비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만들것인가에 대해선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한편에선 주민들이 마을비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비젼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10년후 우리동네 상상프로젝트 사업입니다. 2006년 주민자치대학 때부터 시작됐는데, 그 결과 마을 만들기 운동내용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영역이 설정되면서, 공공영역에서도 볼런티어를 넘어선 비즈니스적인 채산성이나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역의 주부층이나 젊은층들이「지역에 공헌하는 사회적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실제 순천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주민자치대학을 통해 훈련받은 시민들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공익적 활동 일감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해 가고 있었다. 순천 장천동 녹색실버가게 사례인데, 학습모임을 통해 동네의제를 개발하고, 실천사업을 하면서, 자치단체 지원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출자금을 모아 사회적 기업(사회공헌기업)을 만들 계획까지도 세우고 있다.


순천 마을만들기 운동 사례를 보고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핵심활동가인 양효정과 김석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주민자치헌장 “제1조 시민은 항상 옳다. 제2조 시민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제1조를 다시 보라!” 얼마나 당연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현실에선 실천하기 어려운 꿈과 같은 과제이기도 하다.


순천시의 경우 2005년 민관이 협력해 현재까지 마을만들기 운동을 해오면서 3가지 공동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훈련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고, 둘째는 주민들 스스로 자기 삶터를 가꾸는 연습이 필요하고, 셋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고향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학습과 견학이었고, 이를 토대로 주민자치대학을 시작하였다. 이후 우리동네 10년 후를 상상해 동네 비젼을 세우는 상상프로젝트 사업을 거쳐 구성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위원회를 현재는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한 상태이다. 정치적, 지역적 상황에 따라 좌우 되는 사업이 아닌, 지역에 꼭 필요한 활동으로,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참여자들의 건강한 바램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순천마을 만들기 사례는 완성형이 아닌 진형형이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주민리더, 마을리더들이 지금도 주민과 함께 마을의 비젼을 찾고, 함께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 10년후 순천지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꿈꾸었던 공동목표인 고향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을까? 현재 벌어지는 몇가지 움직임으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이미 순천지역은 그 꿈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삶을 살았던 많은 이들이 함께 꿈을 꾸는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지역에서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훈련받고 성장하면서, 이웃과 함께 지역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해가야 한다. 이런 활동이 마을만들기 운동 핵심이고 향후 지역운동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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