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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없고 '건물'만 넘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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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없고 '건물'만 넘치는 나라

[도시정비사업 점검①] 도시'재개발'에서 도시 '재생'으로

전국이 개발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낡은 건물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선 뒤 삶의 질이 높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CBS는 3회에 걸쳐 현행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도시의 연속성을 지키며 공공이 원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편집자주>

높은 시멘트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회색빛으로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도심 한 복판의 업무지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곳은 대표적인 주거단지인 송파구 잠실이고 고층 회색건물은 가족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아파트들이다.

“저층 아파트들 사이로 잔디 밭이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은 한정된 땅에 어떻게든 건물을 높이 올리려다 보니 녹지는 사라지고 회색 건물만 넘친다.”

태어나면서부터 30여 년을 죽 잠실에서 살았다는 조모(32, 여)씨는 최첨단의 회색건물보다 예전의 소박했던 잠실 모습이 그립다. 조씨는 “재건축 이후 집은 새 것이 되고 단지 안에도 벤치며 조각상들이 설치돼 보기엔 좋은 것 같다”면서도 “아파트 층수만큼 컸던 거목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웃들과 어울리던 공간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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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대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잠실은 2000년대 들어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조씨의 말처럼 저층의 낡은 건물이 고층의 새 건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 특별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녹지가 사라지고 이웃 간 소통할 공간이 사라졌다는 불만 외에 교통이 불편해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잠실에서 15년 간 거주한 이모(53,여)씨는 “몇 배나 높은 건물이 지어졌음에도 도로는 예전 그대로다 보니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가야한다”고 말했다. 유모(29, 남)씨 역시 “단지 내 주차장이 지하면 뭐하냐”면서 “성내역 쪽 차선이 개선된 것 외에는 건물만 높아졌을 뿐 도로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재건축 이후 집값이 몇 배로 뛰고 이른바 ‘부자동네’로 거듭났음에도 예전의 잠실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마을’이 사라지고 ‘건물’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낡은 도시를 정비하는 사업이 전적으로 아파트의 물리적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공공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원주민 커뮤니티 같은 문화적 자산까지 없어졌다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솟은 아파트값 만큼 임대료가 올라버린 근린 상가는 세입자가 입주엄두를 못내는 지경이다. 상가가 평당 1억 원이 넘는 일까지 있다 보니 3단지 상가들은 지하층부터 비어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단지 역시 상층부로 갈수록 공실률이 높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 중 하나가 근린상가인데 잠실 지역은 배후 세대 규모에 비해 편의시설인 상가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적으로 물리적 환경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재건축 사업은 비단 잠실 뿐 아니라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 도시정비사업 전반에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이주형 교수는 "최근 이루어지는 개발은 웰빙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면에서 예전보다는 나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도시가 가진 전통이나 잠재력을 없애고 새 건물을 지어 사업성을 높이려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구시대적"이라고 말했다.

▶1-3-2 날짜, 기자

2010-03-04 06:00 CBS산업부 윤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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