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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바우길’ 개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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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칼럼 길] ‘강원도 바우길’ 개척에 대하여
newsdaybox_top_hdy68U7Vv3OG7Vm.gif 2010년 04월 01일 (목) 이순원 newsdaybox_dn_NxFbRxb9.gif
   
▲ 이순원 (사)한국분권아카데미 길포럼

소설가·바우길 개척단장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가 ‘강원도 바우길’ 트레킹 코스를 개척했다. 이런 걷기 길 개척엔 무엇보다 그 길의 네임브랜드가 중요하다. 누구에겐가 길 이름을 얘기했을 때 그 이름만으로도 그 길이 어느 지역에 있는 길인지 알게 해야 하는 것이다. ‘미소길’, ‘사랑길’ 같은 이름은 하나하나 예쁘게 들리는 듯해도 그 길의 지역적 특색이 살아나지 않아 길 이름으로 소구력이 없다.대관령에서부터 경포대와 정동진에 이르기까지 10개 구간 총 연장 150km의 걷는 길을 개척하면서 그 길 이름을 ‘강원도 바우길’로 정한 것도 ‘바우’라는 말이 갖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었다. 외지의 사람들이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부르듯 강원도 바우길 역시 강원도의 산천답게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트레킹 코스라는 뜻이다. 거기에 더하여 바우(Bau)는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 손으로 한번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죽을병을 낫게 하는 친절한 여신으로 이 길을 걸으면 바우 여신의 축복처럼 저절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길을 개척하며 이름만큼이나 신경쓴 것은 각 구간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총연장 150km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거나 비슷한 길이 아니라 구간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갖게 해야 한다. 멀리 바다를 보며 산맥의 등줄기를 밟고 걷는 길도 있고, 산길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도 있고, 바다에서 바다를 따라 걷는 길도 있고, 그것이 지겨우면 바다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는 길과, 숲길과 바닷길을 번갈아가며 걷는 길 등 가능하면 길의 지형적 특징을 달리하자는 것이었다. 트레킹과 등산은 또 다르다. 한가지의 생각을 잡고 유유자적 걸을 수 있어야 하고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산맥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어도, 또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밟는 길어어도 경사가 너무 심하면 안된다. 더러 경사길이 있다 하더라도 그 경사는 가능한 짧아야 하고 그 경사를 다 올라갔을 때 바다가 확 트인다든지 고원이 확 트여 있다든지 어떤 보상의 성취감을 주어야 한다. 바우길에 또 하나 신경을 쓴 것은 가능하면 숲길로, 또 그늘길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실제 바우길은 어느 길도 주말이면 어린 아이들을 앞세우고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길이다. 바다로 나가는 둑방길 말고는 강원도의 자랑과도 같은 금강소나무의 숲이 70%이상 펼쳐져 있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조차도 소나무 숲길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소나무 숲길은 그곳에서 휴식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바우길이 있는 대관령에 우리나라 최고의 삼림욕장이 있고, 바우길을 걷는 것은 트레킹과 삼림욕을 동시에 하는 일이다. 길에는 우리가 살아온 오랜 역사가 함께 해야 한다. 바우길의 제2구간 ‘대관령 옛길’은 일찍이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앞세우고 오죽헌이 두고온 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이다. 신라향가 헌화가의 무대인 정동진의 붉은 해안단구길 등 10개의 구간구간마다 옛선인들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함께 한다.

제 6구간 ‘굴산사 가는 길’ 같은 경우는 강릉중앙시장을 통과해 길꾼들이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또 시장을 둘러보며 지역의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또 단오문화관에서 재집합해 단오의 민속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바우길은 이번 개척에서 새롭게 ‘심스테파노의 길’의 길을 찾아냈다. 조선말 병인교난(1866년) 때 심스테파노라는 성직자가 강릉 굴아위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지방관아의 포졸들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서울에서 직접 내려온 포도청 포졸들에게 잡혀가 목숨을 잃은 기록과 그 마을을 찾아내 강릉 경포대에서 그곳까지 이르는 길을 ‘심스테파노의 길’로 이름지었는데, 벌써부터 다가올 여름방학 동안 여러 성당의 주일학교에서 이 마을에서 학생수련회를 할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오늘날 걷기 열풍속에 각지역마다 새로 개척하고 있는 ‘걷는 길’들은 이렇게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선인이 걷던 옛길을 잘 연결해 인간친화적이고 자연친화적으로, 그리고 그 지역의 삶과 문화와 역사가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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