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닮은 동네 홍제동 개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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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을은 참 가난한 동네다. 주민들 대부분이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는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독거노인도 부지기수다. 해마다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 개미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곧 쓰러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대부분 40~50년 이상 된 집들로 보인다. 입구에서 올려다 본 마을은 마치 성곽을 닮았다. 산 아래로 삐져나온 커다란 바위 위에 집이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다. 바위 사이로 골목이 구불구불 나 있는 것도 보인다. 대문이 바위 사이에 나 있는 경우도 있다
마을 곳곳에 51가지의 그림 그려져
마을 곳곳에 51가지의 그림 그려져
개미마을 골목의 얼개는 간단하다.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큰길이 나 있다. 길 이름은 한마루길. 이 길 양 옆으로 작은 골목이 가지를 친다. 골목의 이름도 모두 한마루길이다. 한마루길에는 계단이 참 많다. 모든 계단은 높고 가파르고 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어디서 끝이 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계단 하나가 한번도 끊기지 않고 끝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은 몇 번이나 다리를 쉬며 집으로 가곤 한다.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을 지고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해. 하지만 그건 이제 이력이 나서 괜찮아. 달동네 사는 게 왜 힘든 줄 알아? 바로 겨울 추위야 추위.” 계단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이다. 산 아래 마을인 덕택에 여름은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찬바람이 문틈으로 쌩쌩 불어오는 겨울은 정말 힘들단다. “길이라도 얼어 봐,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한 걸음 떼기도 힘들어.”
그나마 이처럼 스산하던 개미마을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30일 이후. 마을에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 130여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손에 붓을 잡고 잿빛 담벼락에 하나둘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대문구와 금호건설이 마련한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이다. 성균관대, 건국대, 추계예대, 상명대, 한성대 등 5개 대학 미술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환영’, ‘가족’, ‘자연진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주제로 마을 곳곳에 51가지의 그림을 그렸다. 주민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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