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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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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그래피티 예술가 고대연
“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져요”

"그래피티는 ‘낙서’라는 인식 바꾸고파”
앞으로 목표는 공공디자이너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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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피랑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는 고대연 씨
경상남도 통영시 동호동 동피랑마을.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이 마을은 몇 년 전 철거대상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담벼락마다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져 통영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기치 아래 전국 미대 재학생과 개인들이벽화를 그린 결과였다. 그러나 이 모든 그림이 아름다웠던 이 벽화 대회에서도, 유난히 뛰어난 인재가 있었다. 관동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고대연 씨. 그는 이 마을에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고, 동피랑 전국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년 전 그래피티에 반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가, 현재 ‘강릉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스포스트>가 만나보았다.

 

 


‘그래피티’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라커’ ‘낙서’ ‘거리’ 등의 단어를 쉽게 떠올린다. 지하도에서 몰래 그리다가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도망치는 상황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고대연 씨는 그런 사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피티로 꼭 혐오스러운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게 아니고, 뒷골목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을 몸소 증명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릉?속초 등 영동권 전시회장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받아 그림을 그렸던 그였다. 하지만 상업 목적의 그림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림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하고 취업을 했다. 그가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강릉시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 ‘참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를 목적으로 개설된 이곳에서 고씨는,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길거리 환경개선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가장 큰 만족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미술’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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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남문동에 있는 가구단지 벽에 그린 그래피티
“강릉시에는 이런 공공 문화가 많이 없어요. ‘문화’ 자체가 약한 곳이죠. 이곳의 어른들은 그래피티가 어떤 그림인지도 잘 몰라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래서 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함께 한다는 건 단순한 ‘같이’가 아니라 ‘같은 마음’이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엔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호응도 좋아요. 그래서 상업적인 그림을 그릴 때보다 보람도 있고요.”

 


또한 그래피티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이 변화시키고 싶다고 한다. 공공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면서, 그와 동시에 ‘그래피티는 공공미술’이라는 명제도 성립시키고 싶다는 것도 그가 꾸는 꿈 중 하나. 그러려면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큰 돈이 되지 않는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강릉시 남문동에 있는 가구단지 벽에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한 첫 공공미술로서의 프로젝트 작업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의논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했던 어떤 활동보다 좀 더 애착이 간다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던 탓에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작업이 끝난 후에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더욱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상대를 ‘고려’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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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목표달성을 위해 강릉 속초 일대 거리에 그린 그래피티
고대연 씨가 그래피티에 관심 갖게 된 건 10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서다. 라커로 그린다는 것, 종이가 아니라 벽이 캔버스라는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직접 그림을 보거나 전문가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사람 얼굴이나 동물 등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그 후 고 씨는 줄곧 그래피티 전문가를 꿈꿔왔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공공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즉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그림 그릴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고려’하는 것이어야 만 한다고. 전부를 만족시킨다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마다 장소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요.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벽엔 산과 어울리게, 바다가 배경인 곳엔 바다와 어울리게…. 하지만 그 속엔 항상 어떤 메시지를 담은 상징이 들어가요. 그 상징만 보면 그림이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연과 어우러지게 그려 놓으면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그림 속에 자신만의 개성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는 상대를 배려해야 함께 즐길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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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내 오래된 건물을 그래피티로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그런 그림이라도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만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단 한 명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장기적인 목표가 공공디자이너라면,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강릉?속초 일대 거리에 자신의 그림을 최대한 많이 그리는 것이다. 라커 한 통만 봐도 가슴 설레던 시절은 지났지만 그렇다고 억울하지 않다. 그만큼 편하고 익숙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 마음에 드는 그림과 들지 않는 그림을 구분할 수 있게 된 지금도 그래피티만 보면 설렌다. 
“깨끗한 벽에 그리는 그림보다, 누추하고 너저분한 벽에 그릴 때 감동과 희열이 배로 커진다” “돈이 안 되더라도 사람과 함께, 좀 더 따뜻한, 마음 편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고대연 씨.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취업?경제 등의 압박에 시달리겠지만, 그래도 라커를 손에 쥐고 있는 그의 마음은 아직 10년 전 그래피티만 보면 가슴 떨리던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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