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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상력, 미래를 바꾼다 - 4 문화도 하나의 놀이, 통영 가능성을 엿본다[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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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상상력, 미래를 바꾼다 - 4
 문화도 하나의 놀이, 통영 가능성을 엿본다
 [2007-12-15 오전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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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에서 열린 '아시아의 새물결' 기획전.

 

“관객이 없으면 뮤지엄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오고 싶은 미술관이 되는 것이 꿈이다”(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운영자 아드리안 하드위크)
“당신이 바로 전시의 컨텐츠, 보고 듣고 즐기라”(독일 칼스루에 ZKM 미디어센터 총괄매니저 크리스티아네 리델) 
“우린 갓난아기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민 트레이닝센터로서 최선을 다한다” (영국 게이츠음악당 서비스팀 로완 반 뮈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문화공간을 생활공간으로 지향하는 것.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하나의 우산 속에서 호흡한다는 모토다.”(영국 사우스뱅크 음악당 이벤트 개발팀장 닐 오몬드로이드)
“지역주민들이 배울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워크샵을 개최, 매주 1천명의 주민들이 와서 배우고 간다”(독일 베를린 우파 파브릭 창립 멤버 만프레드 스파니욜)

우리는 흔히 문화공간이라 하면 전시장, 연주장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10일간 돌아본 유럽의 문화공간은 더 이상 우리가 우러러(?) 보는 연주자나 미술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음악, 미술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관람객이 중심이 되는 꿈같은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지역민과의 소통의 장이었다.

나아가 문화공간은 일상 속 아이를 키우고 만남이 이뤄지며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도시의 품격과 지역의 자부심을 높이는 성장 동력 그 자체였다.

보고 듣고 경험하라 당신이 바로 주인공 Z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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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의 내부.
둥둥둥---. 뭐야, 왠 북소리?

 

전시실 입구에 놓인 북에 방문객의 모습이 비치면 저절로 북이 울린다.

신기하기도 하고 장난기가 발동, 자꾸 전시실 입구를 서성이며 수십 차례 북소리를 울렸다.

독일 남서부 작은 도시 칼스루헤 ZKM(Zentrum fuer Kunst und Medientechnologie, 미디어·아트센터)의 탐험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세계 유일의 미디어아트 미술관인 ZKM은 길이 500m에 폭 100m에 달하는 대규모로 외관상으로는 다소 근엄한 표정의 건물이다.

하지만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던 탄약 공장이 세계의 예술로 넘치는 곳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전시실 입구 북소리만큼이나 흥미롭다.

칼스루헤는 일찍이 정보과학에 눈을 뜬 도시다.  '헤르츠'라는 단위로 유명한 하인리히 헤르츠도 이 지역 대학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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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북.
1980년대 중반 칼스루헤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세계 유일의 환경보호적인 미디어아트센터를 짓기로 했다.

 

파리와 프라하를 잇는 철도, 함부르크와 이탈리아를 잇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헤에서의 첫 후보지는 중앙역 건물 옆 공터였다.

국제공모전 결과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당선됐지만, 건축비용이 너무 많았다.

이때 눈을 돌린 것이 2차 대전 당시의 탄약공장에서 제철소로 쓰이다가 20년째 비어있는 이 곳이었다.

전쟁의 기억과 상처가 남아있는 탄약공장이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한 것은 주민들에게 큰 정서적 위안이 됐다.

ZKM 미디어센터 총괄매니저 크리스티아네 리델씨는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킨 것에 대해 주민들도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리모델링을 통해 예산 절감 측면에서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ZKM의 이념이 가장 잘 녹아 있는 공간은 개관 10주년을 기념, 1층 미디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YOU-ser전'.

인터넷 유저(User)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만든 조어로 구경꾼에 머물던 관객이 생산자, 소비자가 된다는 뜻. '당신이 바로 전시의 컨텐츠(You are the content of the exhibition)'라는 문구도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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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전에 상상했던 미래를 상징하는 열기구.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지나면 100년 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가 전시장 천장에 둥둥 뜬 열기구 표면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갖가지 색깔을 붙인 빈 병은 관람객의 손에 따라 팝, 재즈 등을 빚어내는 마술악기로 변한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화분의 잎사귀를 만지면 화면에 있던 조그만 풀들이 쑥쑥 자라고, 관람객이 테이프를 떼다 붙였다 새로운 미로를 생성하는 닌텐도 게임은 인기 만점이었다.

이곳에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바라반 봐야 하는 작품은 없다.

만지고, 소리치고, 몸을 움직여야 드디어 작품이 완성된다. 작가가 고도의 기술적 시스템을 장치, 작품이 관람자의 행위에 반응하도록 상황을 설치해 둔 덕분이다.

"보고, 듣고, 경험하라"는 모토를 내건 ZKM 이념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리델씨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간과 예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알려주는 공간이 ZKM이다"고 설명했다.

문화공간의 핵심은 ‘사람’ 과거, 현재, 미래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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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문화공간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놀이공간이다.

 

ZKM의 사례를 보면 문화공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놀이 공간이다.

그리고 관객들과, 또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둘러본 영국 템즈강 변의 사우스뱅크 음악당은 주민과의 오픈공간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기존 공연장을 줄이고 주민 교육목적의 공간을 늘린 대표적인 공간이다.

365일 열려 있는 영국 게이츠헤드 음악당도 공연과 교육 비율이 5:5를 차지할 만큼 주민과의 소통에 전념하고 있다.

27개의 교육실에서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전문가는 물론 0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교육실 벽면은 통유리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방문객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려는 의도다.

오전 9시가 채 안된 시간에 음악당에서 아이와 손을 잡은 엄마들의 연주 모습은 게이츠의 일상이다.

음악당 바로 밑에 있는 발틱미술관 역시 마찬가지다.

블라블라블라로 이름 붙여진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주말엔 가족 관람객을 위한 교육이 펼쳐진다.

현대미술에 관심있는 성인들을 위해서는 아티스트 투어가 열리고, 미술관 2층을 10대 밴드 공연장으로 개방하기도 한다.

런던 테이트모던 역시 어린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관객이 없으면 뮤지엄도 없다"는 정신으로 무장, 모든 사람들이 오고 싶은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기에 유럽 미술관에는 눈높이 의자가 항상 구비,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독일 베를린 문화양조장인 쿨투어부라우어라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표방, 극장 영화관 갤러리 여행사 슈퍼 악기전문점 카페는 물론 장애인 전용 극장과 갤러리 운영으로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베를린 생활문화 마을인 우파 파브릭은 12세대 30명이 거주하면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문화활동으로 매주 1천여 명의 주민들이 다녀가고 있다.

어린이 서커스 학교와 성적표가 없는 프리스쿨, 어린이와 노인이 1대1 결연, 자전거를 함께 고치고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멘토링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우파 파브릭에서 만난 마그나 앙겔라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아이와 함께 이곳에 온다. 요가 꽃꽂이도 배우고 아이에게 말도 태워준다. 멀리 이사했지만 친구를 만나고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일부러 찾는다"고 말했다.

이제 문화공간은 도심 속 오아시스이자 매력적인 쇼핑몰, 일상적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러기에 카페와 아트샵, 바(Bar) 등이 전시장·공연장과 공존, 재정 마련에도 한 축이 되는 사교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민과 그림을 바닥에…역(逆)발상 이제 시작, 미래 이미지 준비하자
통영 역시 기발한 문화상상력으로 많은 변화를 일궈낸 국내 대표적인 문화예술 도시다. 
중앙간선도로 보도블록에 전혁림 김형근 초정 김상옥 아트 타일을 깔고 예술가 정류장, 그리고 시민의 강력한 힘으로 김춘수 꽃 시비를 세우는 문화저력을 보여줬다.

미술품은 꼭 전시실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밟고 다니는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었고, 거리조성, 아파트벽화 등 시민이 힘을 모으면 도시 이미지를 변모시킨다는 사실도 몸소 깨달았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인적 자원을 활용, 1년에 2억 상당의 흑자를 내고 있는 통영거북선캠프 ‘겨울동심 추억만들기’는 문화공간 혁신을 보여준 사례로 대기업 삼성이 아이디어를 사 간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아직 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공연장에서 주눅들어하고  불편해 한다.

그리고 미술관을 찾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과연 누굴 탓일까.

이제는 윤이상 음악당 건립과 더불어 그 속을 꽉 채울 소프트웨어와 시민을 흡수할 여러 프로그램 작성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미술관을 비롯 도서관, 폐교를 리모델링한 다양한 문화공간 역시 창작 활동과 함께 그 기반을 마련해준 지역민에게 봉사하고 오픈, 주민과 함께 해야 한다.

이제껏 둘러본 유럽의 사례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과 달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쉽게 허물고 뚝딱 뚝딱 건물만 번듯하게 만드는 것만이 문화창조의 능사가 아님을 보여줬다.

또 주민합의를 통한 그리고 주민을 위한 공간 창출에 전념해야 한다는 진리를 전달했다.

그리고 문화공간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했다.

이제 시작이다. 통영의 미래 이미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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