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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도시에 젊은 활력 불어넣는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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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회적경제] (11) 도시재생에 사회적경제를 활용하자


도시재생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마산 원도심인 창동·오동동 상권을 살리려고 조성된 창동예술촌은 전국으로 이름나 있고, 김해 역시 빈집이 늘어나는 옛 도심인 동상동과 부원동, 회현동 등 도시재생을 위해 최근 지역민과 대학, 지자체가 손을 잡았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기에 사회적경제가 결합한 모습은 경남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 관련 단체가 도시재생 작업에 참여하거나 역할을 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재생 역시 해체된 마을이나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취지입니다. 협동과 상생이 기반인 사회적경제 모델이 도시재생 지역에서 구축돼야 할 이유는 마땅해 보입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올해 처음으로 10주 과정인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코디네이터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도시재생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나 담론에서 벗어나 실제 도시재생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를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차원이랍니다.

여기, 강원도 춘천에서 벌이는 젊은이들의 활동이 눈에 띕니다. 늙어가는 도심을 살리고자 젊은이들이 뛰어든 겁니다. 또래들은 외면해버리기 쉬운 일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마산 창동의 도시재생 골목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활동을 뿌리내리고 싶어하는 이가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도심 공동화, 게스트하우스로 해결?

인구 27만여 도시 춘천에는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객이 특정 장소로만 몰려 옛 도심 관광지는 소외되고 이곳 상권도 차츰 붕괴하고 있다. 도시가 덩치를 키우면서 소외 지역이 생겼고, 수도권과 연결되는 교통이 나아지면서 빨대 효과로 춘천의 소비는 위축됐다.

춘천역에서 10~15분 거리에 있는 근화동 일대는 30개 안팎 여관과 여인숙이 밀집해 있다. 숙박시설 대부분도 쇠락의 길로 들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고 있다.

이 같은 도심 공동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젊은이들이 있다. 근화동 옛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던 비선여인숙 공간을 빌려 내부를 뜯어고치더니 지난해 6월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20대 젊은이들이 3개월간 함께 내부 공사를 벌였다.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봄엔'. 춘천을 상징하는 '봄'과 네트워크를 뜻하는 'N'이 합쳐진 단어다.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한 여인숙을 고쳐 만든 '봄엔게스트하우스' 내부 모습.

봄엔게스트하우스를 연 주체는 '동네방네 협동조합'이다. 조한솔(30) 대표는 "우리는 도심 문제를 대안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이라며 "지역사회 문제, 좁게는 관광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2011년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과 2013년 강원도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거쳐 지난해 2월 동네방네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현재 직원 조합원은 5명, 사외이사 2명을 두고 있다.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30개 숙박시설 전수조사를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한 생각을 설명했지만, 대부분 시설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잘되는 첫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봄엔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됐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지역 융합형 게스트하우스'. 새로운 소비 계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가 가교 역할을 하고, 더불어 원도심 공동화 문제도 풀어보자는 것이다. 오래된 숙박시설에서는 불법 성매매, 청소년 혼숙 등 사회 문제도 발생해왔고, 이는 춘천의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업은 이 역시 해결할 수 있었다.

'봄엔게스트하우스' 조한솔(맨 오른쪽) 대표가 게스트하우스 소개를 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숨쉰다

지난해 7개월간 운영 결과 투숙객은 2067명, 월평균 295명이 다녀갔다. 매출은 4220만 2000원, 월평균 602만 8000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만든 '봄엔상품권'에도 눈길이 쏠린다. 게스트하우스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권인데, 숙박료 2만 원 가운데 3000원을 주변 상점에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여행객이 인근에 제휴한 9개 가게에서 상품권을 쓰면,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만큼 현금을 가게에 전달하는 형식이다. 지난해 251장(75만여 원) 상품권을 발행했다.

건물 2·3층에 있던 여인숙 가운데 2층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있다. 침실 4곳에 20명이 묵을 수 있다. 3층 여인숙은 아직 그대로 있다. 동네방네 협동조합은 이 건물 옥상에 문화 공간을 두고 공연 등 각종 콘텐츠로 채울 생각도 하고 있다.

이들은 춘천 중앙시장 안에 방치돼 있던 2층 공간에 커뮤니티 카페 '궁금한 이층집'도 만들었다. 2010년 문 닫은 파스타 가게(33㎡)를 임차해 시장 상인과 손님, 여행자 등이 찾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시장을 찾으면서 세대 단절을 극복하려는 취지도 담았다. 운영 4년 차인데, 지금은 상인들도 이곳에서 배달되는 커피를 즐겨 찾는다. 카페는 상인회 모임, 라디오방송, 청춘 공동체 등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조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중앙시장과 카페, 그리고 지역 여행까지 연결해 안내하고 있다"면서 "여러 활동으로 지역 주민과 협업하면서 희망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산 창동에서도 사회적경제 모델 볼 수 있을까

울산 중구는 지난달 25일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도시재생 활성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도시재생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거점 조직을 구성하고, 기존 일자리 창출과 차별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광주 동구는 지난달 초 17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한 가운데 도시재생 참여 방안 연구용역 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 조직이 도시재생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전북 전주시도 올해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고, 전주만의 자립 경제 틀을 다져갈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를 연결짓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고 있지만, 경남에선 이런 움직임이 없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이 추진되는 창동 골목에서 사회적경제를 뿌리내릴 구상을 하는 이가 있다. '창동사랑방' 주인 김경년 씨.

창원시 창동예술촌 '창동사랑방'에서 만난 주인 김경년 씨.

그가 약 39.67㎡(12평) 규모 '창동사랑방' 공간을 사들인 지는 1년이 됐다. 최근 김 씨 아이디어로 '3·15 민주주의 꽃' 이벤트가 진행돼 시민 315명이 화분 315개를 창동예술촌 골목에 놓았는데, 창동사랑방은 이 골목에 있다.

"늘 열어놓고 있어요. 일반음식점인데, 더러 예약손님을 받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가동은 못 했죠. 처음 이 공간을 만들 때부터 창동 예술인이 모여 놀고 술 한 잔 나누며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협동조합 형태로 창동을 찾는 이들에게 도시락이나 먹거리를 팔고 골목 페스티벌도 염두에 뒀지만, 골목해설사 역할을 하다 보니 모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도심 속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여행객과 블로거가 많이 오는데, 편하게 머무르면서 소통할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낯선 여행객과 소통하고 싶고요. 창동예술촌뿐 아니라 인근 미술관 등과 함께 원도심 둘레길 코스도 생기면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할 듯해요."

그의 꿈은 끝이 없다. "이곳이 도시재생 현장 실험실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됐으면 해요. 주변에 예술인이나 창업자 협동조합이 들어오면, 골목도 매력 있는 장소가 되고 활력도 돌 것 같고요. 사람 소리 가득하면서 정이 있고 함께 부대끼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예술인 사랑방이었던 창동 '고모령'이나 '만초집'처럼 되면 더없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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