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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11>마을은 커뮤니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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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11>마을은 커뮤니티다
1028252518_gsF1Xhqp_2e61b2d7e2433c7708f11e1efb3ad66b566010c4.gif2011년 09월 01일 (목)김정이 1028252518_hOwEU2Zf_68f9976e95a5535be27a3f3e5adbf3657395255c.gif webmaster@ekgib.com1028252518_dr4STK3s_6f3c6bc4ad84b2dd84865d5e44886307b9b837e0.gif
  


  
마을이란 단어는 ‘말’에서 파생되었다 하고, 커뮤니티란 단어도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어원을 갖는다는 사실은 동서양 모두 인간 삶의 중심에 언어를 두고 있으며 소통의 물리적 단위에 대한 같은 맥락적 접근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동서양 모두 이러한 소통의 물리적 단위를 장치한 것은 인류의 영속을 위한 최소 단위로서의 구조적 장치를 둔 것으로 역사적으로 마을은 지속가능성의 제반 조건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현재 인간 삶의 제반조건을 담당해온 마을이 깨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란, 예술적 활동을 통해 관광객을 유인함으로써 마을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이 아닌, 인류의 영속가능한 조건을 회복하기 위한 절박함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마디로 ‘마을 만들기’란 공유된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 지역 혹은 마을이라는 생활문화공동체의 단위 속에서 생성되었던 혹은 생성되고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인 공적 기억을 보존하고 생성해내는 ‘관계의 재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마을만들기’가 다양한 문화예술적 접근을 채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문화예술은 사건이다
늘 동일하게 재생되는 일상의 반복속에 문화예술은 새로운 사건(events)으로 인식된다. 평온한 삶에 뛰어든 사건은 낯설고 기이하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낯선 개입으로서 예술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일상을 흔들고 귀찮게 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마을 혹은 공동체, 소통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것을 그 안에서 주고 받지만 홀로 쉬고 싶을 때도 이웃들은 눈치없이 불쑥불쑥 찾아와 이것저것 간섭하기도 하고 때때로 별일도 아닌 일이 시비가 되어 죽을둥살둥 싸우게도 된다. 어떤 형태의 커뮤니티라 할지라도 그 안에 소속되는 순간 어느 정도의 갈등은 껴안고 가야한다. 갈등은 불편함으로 인식되고 가급적 기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갈등은 적극적 소통으로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주장을 조정하고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냄으로써 관계의 진화를 이어간다. ‘예술’은 일상의 차원을 벗어난 새로운 사건을 일으킴으로써‘왜’라는 질문을 마을에 던진다.


■ 마을은 기억이다
마을은 언어를 기반한 소통행위를 통해 수많은 기억을 만들어낸다. 기억은 수많은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다. 갈등이 갈등으로 그치면 관계는 해체되지만 갈등이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름다운 서사를 낳는다. 따라서 갈등조차 없는 마을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마을만들기’ 사업는 외현화된 아름다움을 성과로 자랑하고 있지만 앞선 경기도 지역 ‘마을만들기’ 기사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갈등의 수많은 지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프로젝트를 종료했고 마을에 갈등이 남아있다고 섣부르게 ‘쓸모없는 일’이었다고 단정짓는 성급함 대신 출발점으로서 예술프로젝트가 던진 사건이 어떻게 기억과 서사를 만들어 내는지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2010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제안으로 생활문화공동체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을만들기’사업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중 몇가지 사례는 우리에게 마을만들기의 가능성과 비전에 대해 시사점을 줄 것이다.

에피소드1. 
  
물한리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장승.

통영의 한 작은 섬은 마을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시로 지어 시집을 발간하고 집집마다 자신이 창작한 시를 나무에 새겨 걸어놓아 ‘시 짓는 마을’로유명하다. 실제 방문을 해보니 집집마다 그 집 주민의 얼굴과 창작한 시가 여기저기 걸려 있으나 왠지 휑하고 활기찬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알아보니 마을은 시 짓는 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주민들과 외면하는 주민들로 나뉘어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마을 회관이 있음에도 시 짓는 모임은 이용불가, 모임은 마을교회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 토박이인 이장님과 외지 출신인 목사님으로 대별되는 갈등의 시작은 마을 용왕제때 사전에 교회종을 울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부활절인 까닭에 종교적 신념으로 종을 치기 시작하면서 발생됐다고 했다. 이장님을 인터뷰하니 시짓는 일 대신 관광객이 몰려오도록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와 문예회관을 만들어주도록 요청하셨다.

마을주민은 7, 80대 노인분들이라 조심스레 향후 이삼십년 뒤에 마을이 어떻게 될지 여쭸더니 한참 말이 없으시다 ‘아마 아무도 살지 않겠지’라고 대답하신다. 그런데 다리와 문예회관이 필요하실까 물었더니 또 말이 없어지신다. 내친 김에 질문을하나 더 드렸다. 마을분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마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겠느냐란 질문이었다.

에피소드2.

충북 물한리라는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은 초입부터 멋드러진 장승과 마을 약도가 재미있게 세워져 있다. 마을을 둘러보니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갈대숲을 따라 태양열로 가로등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고 마을 뒷산은 영화에 나올 법한 대나무숲이 있다. 집집마다 돌담이 예쁘게 쌓여져 있고 곳곳에 새롭게 조성된 한옥과 황토로 된 집이 보인다. 마을 이장님은 40대 중반으로 20대에 마을로 귀농한 이후 20년 넘게 이장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일은 마을주민 전체가 공동의 작업으로 여겨 천천히 조금씩 짬을 내어 만들어왔다고 한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역시나 칠팔십대고 4,50대는 세가족이 있는데 모두 귀농한 경우다. 이들은 마을노인들이 돌아가시기 전 돌담쌓는 법처럼 마을의 기억같은 것을 공동작업과정에 익히고 기억을 잇는다. 마을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관광수입을 높이고자 함이 아니라 사진이라도 찍기 위해 마을을 들른 사람중 몇이라도 마을에 호감을 느껴 후일 귀농하려할때 물한마을을 선택하게 하려는데 있다고 한다. 마을의 존속을 위한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다만 아무나 귀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아이가 있는 가족이거나 홀로 귀농할 경우 예술가여야 한다. 귀농은 이상이 아닌 현실로 도피성 귀농은 마을커뮤니티의 건강성을 해치고 적응하지 못하고 불현듯 떠날 경우 남아있는 시람들은 긴 시간동안 심란해지기 때문이란다.
이 마을의 합의는 오랜 시간에 걸친 소소한 갈등과 화해의 결과인 신뢰에 바탕한다.

두 사례는 현재 관계의 단절이라는 정서적 차원의 마을의 해체를 넘어선 농어촌 현실이 맞닥트린 물리적 단위의 마을이 해체되는 지점과 ‘마을만들기’ 사업의 과정을 보여준다. 두 사례는 마을만들기의 시간적 단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사건을 일으킨 주체의 내외부, 일상과 예술, 창작과 소비 등 현재 마을만들기가 나타내는 다양한 이슈의 측면을 내포한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기억의 단위로서 마을의 보존, 즉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은 동일하다. 기억의 단위로서 주체성의 회복과 절박함에 대한 인식의 공유에 기반한 공동의 작업이야말로 ‘마을만들기’의 중요한 정책적 키워드가 되어야한다. 

■ 마을만들기
마을 만들기 를 개념적으로 재정의하면, 
“생활문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단위 지역의 공동체가 전문 예술가와 함께 공동체예술 활동에 참여하여 사건을 만들고, 이를 계기로 공동체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적 삶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목표는 첫째 공동의 작업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사건), 둘째, 성원들이 문제와 비전을 상호 소통하는 것(시민성), 셋째,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예술성)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삶의 장소로서 공동체를 완성하는 것(지역성)이다. 이는 다시 말해, 예술적 사건과 활동적 삶을 목표로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술가(단체)와 마을 공동체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되고, 이 과정은 예술가(단체)에게 예술작업의 일환이 되고, 마을공동체는 예술적 가치로 마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된다. 예술가(단체)는 예술적 행위로, 마을공동체는 사업에 대한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성과를 창출시키게 된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체와 객체가 나뉘어지는 일방향적인 사업을 지양하며, 사업의 핵심 주체간 역동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존중함으로써 각자가 지향하는 비전과 미션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중심적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충북 영동 물한리 마을은 집집마다 돌담이 아름답게 쌓여져 있다.

예술은 개인적 일상의 삶에서 공적인 ‘활동적 삶’으로의 전이를 촉진하는 데 그 역할이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의 역할은 예술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데 있으며 예술적 활동은 공동체 예술 혹은 커뮤니티 아트의 형태로 표출되게 된다. 커뮤니티 아트는 최근 한국에서 활발한 논의의 과정 중에 있는 개념으로 기존 예술작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활동의 형태를 띤다. 예술가와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고, 함께 창작 활동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만들어가는 예술로서, 이때 특정 공동체의 일상이나 절박한 현실적인 문제에서 예술작품의 동인을 발견하되, 거기서 단순히 소재를 취하는 형식을 지양하고 공동체와 예술가가 깊이 있게 교감하면서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참여의 예술을 일구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마을만들기 사업내에서 예술의 위치는 공동체 강화를 위한 도구적 활용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사회현상을 반영한 새로운 예술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공동체의 미션과 더불어 예술집단이 본 사업을 통해 새로운 자기 미션과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 즉, 예술활동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지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장기적 성과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정이 지식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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